"34년을 붓으로 일관한 외길 공직인생"

총무처 인사과에서 외길 34년을 공무원 인사발령 임명장만 붓으로
써온 정태용씨 (5급 상당)가 6일 4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퇴직한다.

지난 62년 총무처에 전입한 그는 사무관급 (5급) 이상의 인사발령에
따른 대통령 임명장을 붓글씨로 써왔다.

이렇게 쓴 임명장이 8만여장.

지난 34년간 대통령 임명장을 받은 5급이상의 공무원이 8만여명에
달했다는 얘기이다.

정씨는 우리나라 고위 공무원 인사이동의 산증인.

그는 붓글씨 공직생활중 가장 바빴던 때를 5공출범 초라고 말한다.

당시 단행된 공직자 숙정작업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인사가 많아
하루에 1백여장의 임명장을 쓰기도했단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은 발령장 끝에 기재되는 서명
조차 나에게 맡겼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퇴임을 이틀 앞둔 4일에도 여전히 바빴다.

총무처의 복수직급제 확대조치로 인사 이동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정씨는 40년 공직생활동안 결근 한 번하지 않은
건강체질.

지난 6월에는 성실성을 인정받아 녹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정씨는 퇴임후 특별히 무엇을 하고싶냐는 질문에 "북한산 백운대 등정
1백회를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