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는 영원한 내사랑"

장편소설 "야훼의 밤", 창작집 "통도사 가는길"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
조성기씨(45)는 "윈도95"시대에도 "도스" 프로그램을 고집하는 고전적
컴퓨터마니아다.

그는 PC를 켜면 가장 먼저 한글과 영문으로 된 성경구절이 나타나고 각종
디렉토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스프로그램인 "Mdir"이 뜨도록 해놓고
있다.

그는 Mdir를 이용해 필요한 디렉토리를 찾아 실행시킨다.

현재 한국경제신문에 연재중인 "홍루몽"은 "Hong.Hwp" 디렉토리에 존재하고
있다.

이 디렉토리를 찾아 실행키를 누르면 "아래아한글2.5" 프로그램이 뜨고
이곳에서 작업을 수행한다.

다 쓴 글은 내장된 팩스기능을 이용해 본사 문화부와 삽화를 그리는
이왈종씨에게 곧바로 전송한다.

그는 하루의 필요한 작업이 대충 마무리되면 한국PC통신의 "하이텔"에
접속한다.

이곳에서 대화방을 기웃거리거나 정식회원은 아니지만 영화 문학등 각종
동호회도 가본다.

"PC통신은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을 탐색하는 장소이지요. 젊은이들과 전자
대화를 통해 제작품에 대한 모니터링도 하고 여러가지 올려진 글들은 소설의
취재대상도 되니까 어쩌면 생생한 현장이기도 하지요"

그는 PC통신에 각종 프로그램을 내려받아(다운로드) 활용한다.

Mdir이나 성경프로그램(Berse)은 공개소프트웨어 코너에서 직접 다운받은
것들이다.

Mdir는 어느 출판사에 코치 해줘 전체가 깔도록 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서울대후배들이 만든 컴퓨터회사에 주문해 멀티미디어PC를
조립, 사무실에 설치해 놓고 있다.

여기에 스캐너도 달아 신문기사 사진등을 스캐닝해 보관하고 고장이 잦은
오디오 대신 CD플레이어를 이용해 음악을 듣기도 한다.

조씨가 컴퓨터를 접한 것은 자연스러운 글쓰기 진화과정을 통해서다.

87년 4벌식 타자기로 작업을 하다 2벌식 전동타자기로 옮기고 90년부터
286노트북을 한대 구입해 썼다.

이후 최근 486노트북과 조립PC를 각각 구입해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를 배우면서도 한번도 강의를 받은 적이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독학으로 습득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언어인 "C언어"와 관련된 책도 사다가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컴퓨터가 소리를 내도록 하는 간단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왜 도스프로그램을 고집하느냐고요. 제경우에는 "윈도" 운영체계가 왜
왔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과유불급이라고 다루기 쉽도록 했다는 윈도는
과잉친절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는 도스는 명령어등이 PC원리를 알도록 하지만 윈도는 그렇지 못해
정보화시대에 사람들에게 소외현상을 일으키는 같다고 분석했다.

< 윤진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