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홍의 젖가슴 위에 오라고 하는 요리법으로 만든 각가지 고기 안주들이
얹혔다.

오는 소나 양 사슴 고라니 같은 짐승들의 고기를 찧어서 그 속꺼풀을
벗긴 후 다 자란 물억새풀 위에 펴놓고 계피 생강 가루들을 뿌리고
그 위에 다시 소금을 뿌려 말린 뒤에 먹는 요리법을 말한다.

팔진미 중의 하나로 술 안주감으로는 그만이다.

언홍은 가사가 어둠 속에서 자기 몸을 만지기만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참을 만한데, 이렇게 방바닥에 반듯이 뉘어놓고 술 안주를 얹어놓는
기행은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대감님"

언홍은, 대감님 왜 이러시는 거예요, 라는 투로 가사를 부른 것이었지만,
가사는 제 흥에 겨워 언홍이 정답게 부르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왜? 그대로 가만 있어 봐. 내 너의 몸을 술상으로 삼아 딱 한잔만
하고 싶구나"

그러더니 가사가 금사길주 술병을 기울여 언홍의 배꼽에다 부었다.

금사길은 귤의 종류로 그것으로 담근 술은 장수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였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노르스름한 금사길주가 언홍의 옴폭 팬 배꼽
부위에 고였다.

거기서 넘쳐 흐른 술은 하전을 거쳐 불거웃 숲으로 스며들어 거기
옹달샘에 고였다.

언홍은 술이 배꼽에서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촉감이 좋아 잠시 이런
거북스런 상황도 잊어버리고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가사는 배꼽에 고인 술을 머리를 숙여 입으로 빨아마시고, 배꼽에서
흘러넘쳐 아래에 고인 술도 그렇게 빨아마셨다.

"아윽"

가사가 불거웃 속까지 파고들어 술을 빨아마시는 순간, 언홍은
두 허벅지를 죄며 비명 같은 소리를 뱉었다.

술을 마신 가사는 언홍의 젖가슴 위에 놓인 안주도 그냥 입으로
집어 먹었다.

젖가슴을 베어 먹을 듯이 하면서 안주를 집어먹었기 때문에 언홍은
또 한번 신음을 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술 한 잔 잘 마셨다.

오늘은 이만 하지"

가사는 언홍의 몸을 닦아준 후 침상으로 오르게 하여 자기도 몸을 벗고
꼭 껴안은 채 잠을 잤다.

언홍이 잠결에 가사의 사타구니에 손을 대어 보니 가사의 그 물건은
축 처져 있을 뿐이었다.

다음날 밤에는 가사가 언홍의 알몸에다가 붓으로 사군자를 쳤다.

가사가 붓질을 잘 하도록 언홍은 어떤 때는 일어나 있기도 하고 누워
있기도 하고 엎어져 있기도 하였다.

가사는 먼저 언홍의 젖무덤에 매화를 그려넣었다.

젖꽃판은 붓질을 조금 하자 젖꼭지와 어울려 그대로 한송이 예쁜
매화가 되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