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신정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강서자가정비코너.

30대 주부가 녹색 작업복을 입고 자신이 몰고온 소나타의 엔진 오일을
갈고 있다.

손놀림은 서툴지만 정비사의 도움으로 새 오일을 넣은 후 평소 느껴왔던
엔진의 떨림 현상까지 점검하고 있다.

바로 옆에서는 30대 회사원이 비교적 능숙한 솜씨로 강사의 도움없이
배터리를 교환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지 벌써 10번째라는 이용식씨는 "차에 조그만 이상이
발견될 때마다 방문해 직접 고치고 있다"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차량
점검기술까지 배울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내 차는 내가 직접 고친다"-차에 이상이 있을 때 운전자가 스스로
정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가정비코너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정비에 DIY( Do It Yourself ) 개념을 도입한 이곳은 무엇보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차를 고칠 수 있다는 것과 간단한 차량 정비기술까지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가운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서DIY코너를 운영하는 권세창소장은 "평균 3일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특히
주말에는 예약조차 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자가정비코너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93년 "외국처럼 국내 승용차
업계에도 자가정비 바람이 조만간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국내에서는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는 서울에 3개소(강동 강서 성동지역), 지방(광주)에 1개소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엔진오일.퓨즈 교환이나 냉각장치 점검 등 간단한
작업을 직접 할 수 있다.

정비 가능한 항목은 총 30여가지로 간단한 차량 상식만 있으면 대부분
고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시간과 장소가 허락치 않아 카센터에 맡겼던
부분이다.

DIY코너에서는 이점을 감안, 작업공간과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전문 강사까지 배치해 무료로 기술지도를 해주고 있다.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 일반 정비업소에서는 공임을 포함, 보통 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나 이곳에서는 오일값 5,830원만 내면 된다.

에어크리너는 차종에 따라 1만원 전후, 브레이크 패드는 8,250원(엑셀
차량의 경우)정도면 쉽게 교환할 수 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보통 3일전 전화로 예약을 해야한다.

약속된 날짜와 지정된 시간전에 도착해 기다리는 게 필수.

하루 내내 예약이 차있기 때문에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가 집계한 이용고객 현황에서도 DIY의 인기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94년 개설한 강서 DIY코너의 경우 첫해 6,221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6,24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올들어서는 6월까지 벌써 1만여명을
육박하고 있다.

대우와 기아, 쌍용자동차도 현대와 같은 별도의 자가정비코너는 아직
없지만 기존 정비사업소에서 고객에게 직접 경정비 기술을 가르치며 차량을
점검해주는 자가정비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