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업계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투신설립 자유화로 증권사들이 투자신탁운용회사를 설립해 속속 경쟁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내달초까지 영업을 시작할 신설투신은 줄잡아 17개나 된다.

이에따라 한국 대한 국민 등 서울소재 3개투신과 지방 5개투신으로 구도가
잡혔던 투자신탁업계는 대대적인 지각변동과 함께 본격 경쟁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투자신탁회사는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 최대의 수익률을 올려 고객의 돈을 불려 주는 회사다.

따라서 경쟁의 관건은 운용수익률이 된다.

자본금 300억원으로 출발하는 신설투신들의 인원은 고작 25~50여명선.

운용인력도 5~20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수정예요원을 가동해 운용수익률로 승부를 걸겠다는게 신설투신의
각오다.

<< 설립현황 >>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투자신탁운용회사 설립내 허가신청서를
제출한곳은 모두 12개사이다.

준비작업이 지연돼 내달초까지 영업을 시작할 투신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17개나 된다.

적어도 내달초에는 기존 8개 투신사를 포함해 무려 25개의 투자신탁회사가
각축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합작파트너를 찾지 못한 증권사와 외국계증권사와 합작을
결정한 증권사들이 연말께 설립작업을 마치면 내년초께 투자신탁회사는
무려 30개에 달할 전망이다.

신설투신은 대부분 증권사의 자회사인 투자자문회사를 투자신탁운용회사로
전환한 것이다.

자문사가 없어 투자신탁운용회사를 신설하는 회사는 신영증권
한진투자증권 신한증권 동방페레그린증권 동부증권등 5개에 불과하다.

단독진출이 가능해 준비작업을 가장 먼저해온 동서투자신탁운용회사와
고려투자신탁운용회사가 지난달말 재정경제원의 투신설립본허가를 받아
지난 1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대우증권과 한진투자증권의 합작투신인 서울투신과 LG투신 대신투신
동원투신도 1일 재정경제원의 투신설립 본허가를 받았다.

이들 4개투신사는 오는8일 또는 10일께를 영업개시 목표일로 잡고 있다.

신영투신 신한투신 동방투신도 조만간 본허가를 받아 신설투신의
경쟁대열에 합류한다.

또 보험사의 출자지분을 10%이내로 낮춰야하는 교보투신은 조만간
컨소시엄을 다시 구성해 이달말께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일증권과 서울증권의 합작투신인 한림투신과 조흥투신 일은투신등도
은행및 은행계열증권사의 지분을 10%미만으로 낮추도록 지분을 조정하고
있다.

10대그룹 계열사도 출자지분이 30%로 제한된 제일증권도 충청은행
동남은행 건설증권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이달중순께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보람투자자문도 300억원으로 증자를 완료하고 내달1일을 영업개시목표일로
잡고 투신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삼성증권은 미JP모건과 일본의 야마이치를 각각 30%와 10%의 주주로
끌어들여 연말께 합작투신을 설립할 계획이며 쌍용투자증권과 선경증권
동아증권도 외국사와의 합작을 계획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 펀드운용 >>>

신설투신은 적어도 설립이후 1년동안은 주식형펀드만을 운용한다.

펀드설정이후에도 일반인들이 그때그때 수익증권을 살수 있는 매출식이
아니다.

먼저 고객의 돈을 모아 펀드를 설정하는 모집식이다.

공사채형수익증권도 운용하고 매출식상품도 취급하는 기존투신에 비해서는
불리한 여건이다.

따라서 펀드의 운용수익률을 높여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게 신설투신의
전략이다.

동서투신은 주식형펀드의 상품명칭을 "포커스주식투자신탁60"과
"포커스주식투자신탁80"으로 정해 지난1일부터 모회사인 동서증권영업
창구를 통해 팔고 있다.

주식편입비율이 60%수준인 안정성장형과 편입비율이 80%수준인 성장형
펀드를 내놓은 것이다.

고려투신도 "돌핀스주식투자신탁60"이라는 상품을 내놓았고 LG투신은
"트윈스"라는 이름을 붙여 성장형 안정성장형은 물론 특정주식에
집중투자하는 테마형펀드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신설투신사들이 대부분 주식편입비율이 50%이상인 펀드를 운용하게
한 정부의 방침도 있지만 이들은 성장형펀드로 수익률을 더욱 높일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 전망 >>

신설투신은 주식형펀드만 운용하는등 기존투신에 비해 자산운용상
제한이 많다.

기존투신과의 전면전이 아닌 제한전을 치르게 된셈이다.

그러나 신설투신이 가지는 강점도 있다.

기존 투신처럼 엄청난 차입금 부담이 없는데다 주가하락기에도 매입단가가
워낙높아 물량을 처분하지 못하는 골치아픈 일도 없다.

또 판매망인 모회사의 지점수가 많아 수익증권 판매경쟁에서도 유리하다.

기존투신이 골리앗이라면 신설투신은 다윗의 전략으로 가뿐하게
움직일수 있다.

신설투신사들의 운용이 훨씬 더 유리할것이라는 기존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의 진단도 그런 배경을 근거로 하고 있다.

결국 신설투신의 성패는 운용실적에 따라 판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 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