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질보다 규모나 크기에 의해 평가받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규모가 크고 화려한 것보다 어렵더라도 나름의 기준에 따라 질을 담보해내는
공간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문신규 (주)토탈디자인회장(58)은 공학적인 공간보다 예술적인 공간을
추구한다.

기능을 중시해 풍요롭고 편리한 과학기술요소에만 초점이 맞춰진 공간은
향유할 수 있을지는 모르되 느끼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언제나 인간과 잘 융화되어 휴머니티가 흘러넘치는 공간을 생각합니다.

선이 분명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일본건축과 달리 우리의 건축은 미완성인
것처럼 느껴지는게 많습니다.

짓다가 그만둔 건물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소박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지요.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미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인테리어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의 한사람인 문회장은
그러나 현실의 두터운 벽속에서 자신있게 ''내작품''이라고 내세울만한
작업을 하지못했다고 아쉬워한다.

71년 토탈디자인을 설립하면서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에 뛰어든 그는
조성렬 (주)큐빅디자인연구소대표, 손석진 (주)핸디대표, 김원석 (주)테크노
대표와 함께 국내에 인테리어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구축한 개척자로
꼽힌다.

60년대 중반 홍익대건축과를 함께 다닌 이들이 인테리어쪽에 몸담으면서
이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어온 것.

특히 문회장은 격월간 종합디자인전문지 ''꾸밈''(77~91년)을 발간한 것을
비롯 89년에는 토탈이자인상(89년)을 제정, 국내 건축 및 디자인발전을 위해
애써왔다.

"토탈디자인은 기술적인 수단이 휴머니티와 유기적으로 조화되는, 그래서
생물학적으로 완전한 디자인을 창출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회사경영을 위해 20년이상 상업적인 디자인에 매달려왔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이런 작업과 조금 거리를 둘까 합니다.

"물론 회사는 담당파트나 팀별로 독자적인 디자인작업을 해나갑니다."

문회장의 이같은 자유의지는 84년 경기도 장흥에 토탈야외미술관을
세운데서 잘 나타난다.

최근엔 부인이자 토탈미술관장인 노준의씨와 함께 장흥 및 서울평창동
토탈미술관분관 리노베이션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85~86년 한국인테리어디자이너회장을 역임한 문회장은 한국건축가협회
초평건축상(90년)과 한국건축가협회상(94년)을 받았다.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하나은행 각지점, 쌍용투자증권 각지점등을 설계
시공했으며 한국이동통신 본사사옥과 서울방송 탄현스튜디오실내를
디자인했다.

<김수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