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서그룹에서 스탄쉬회장(51)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단순히 그가 이 회사의 창업주이자 대주주여서가 아니다.

이 회사의 기업문화에는 스탄쉬회장의철학과 경영방식이 그대로
배어있어서다.

또 스탄쉬회장의 운신 하나하나에 에이서의 미래가 걸려있다.

20년이란 짧은 기간에 "세계적 기업인"으로 부상한 그는
컴퓨터.정보통신산업을 라운드제한이 없는 복식경기에 비유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여러부류의 경쟁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
매 라운드마다 강펀치를 날리려고 한다.

매 라운드마다 다음 라운드를 대비해 힘을 축적해야하는데 이를
등한시하다 결국 몇라운드 못가 경기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에이서는 끝없는 복싱경기를 펼치듯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승승장구하던 에이서가 90년대초에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서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에이서는 세계컴퓨터업체들 가운데 가장 순발력이 뛰어난 기업으로
꼽힌다.

다른 기업이 10단계를 거쳐야 최종의사결정이 내려질 일을 에이서는
두세단계만에 처리한다.

필요할 경우 직접 현업부서에 내려가 담당자들과 토론하고 말단사원이라도
맡은 업무에 대해 모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주는 스탄쉬회장의
경영스타일이 창조해 낸 이 회사의 강점이다.

그는 "신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소비자들의 욕구도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에서는 조직을 분권화 단순화시켜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신규사업을 벌일때는 단기승부보다 중장기전망에 더 비중을
두는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맡길 경우 그 직원이 충분히 숙지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성격이다.

스탄쉬회장은 "에이서의 발전을 위해 경영권이 위협받더라도 주식지분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있다.

실제로 그의 주장대로 에이서그룹은 앞으로 2~3년동안 21개기업으로
분할, 지분을 종업원들에게 우선 배정한 다음 주식시장에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지금 대학생인 세자녀의 장래를 물으면 스탄쉬회장은 "에이서에는 절대
취직시키지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대만 교통대학 전자공학과 출신인 그는 세계최초로 팬시계를 개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첨단기술의 의미에 대해 스탄쉬회장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그 기술로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또 사회가 더욱 풍요로워지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고 강조하는 실용주의자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