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의 아시아 카(Asia Car) 전략으로 한국업체들의
동남아 수출전선이 무너지고 있다.

동남아 최대 시장인 태국전선의 경우 "아시아 카" 1호인 혼다의 "시티"
돌풍으로 이미 한국차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장의 전진기지로 활용키 위해 지난 93년 확보한
태국 현지 KD(부품조립)공장은 아예 가동을 중단을 정도다.

시티의 최대 장점은 저가.

시티의 태국내 판매가격은 39만8천-44만8천바트(약 1천2백만~1천3백만원)로
엑셀이나 엑센트와 같은 수준이다.

상급모델은 엑셀이나 엑센트에 비해 오히려 싸다.

혼다가 시티의 가격을 이처럼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현지부품 조달비율을 크게 높히고 불필요한 사양을 없애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혼다는 태국시장에서의 여세를 몰아 시티의 생산거점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필리핀 파키스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요타도 내년 시판예정으로 현재 1.5l급 터셀을 기본으로 한 아시아카를
개발중이다.

이 회사는 내년초 태국에서 생산 개시한 뒤 98년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도 라인을 건설키로 했다.

닛산 미쓰비시 스즈키 이스즈 다이하쓰 등 다른 업체들도 모두 기존차보다
값을 20~40% 낮춘 아시아카에 매달리고 있다.

여기에 크라이슬러를 비롯한 미국 빅3도 아시아러시에 뛰어들었다.

한국업체들의 설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내 업체들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엑센트를 베이스로 한 아시아카를 만들기로 했다.

"더운 지방에 필요없는 히터나 파워부품류는 아예 빼버리고 서스펜션등도
가능한한 싼 부품을 사용함으로써 값을 대폭 낮추겠다는 것"(현대자동차
이형근이사)이다.

"기아자동차도 98년3월 가동되는 인도네시아공장에는 아시아카 개념을
도입키로 했다"(기아자동차 강문석이사).

하지만 국내업체들의 이같은 전략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둘 수있을지는
미지수다.

부품의 현지조달을 늘리지 않고 단순히 사양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일본차의
가격파괴에 대항키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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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현지 도로사정및 기후를 설계에 적극 반영하면서도 원가를 절감해
가격을 대폭 내린 철저한 "현지밀착형 저가" 차량이다.

말하자면 동남아지역 가격파괴용 자동차다.

혼다 시티의 경우 우선 차체가 기본모델인 시빅에 비해 20cm가량 높다.

빈번한 물난리에 전기계통이나 머플러가 침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저가모델은 뒷좌석의 창문 개폐가 수동식이다.

1년내내 에어컨을 사용하는 탓에 창문을 여닫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스펜션 브레이크시스템도 비싼 것을 쓰지 않았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현지부품조달율을 높였다는 점이다.

혼다는 이같은 방법으로 기존 시빅에 비해 제조원가를 무려 25% 절감했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