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사가 9일 임금협약을 잠정합의함에 따라 올해 노사교섭이
또 한차례의 큰고비를 넘겼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3년연속 무분규타결을
기록하는 것으로 지난93년까지 국내노사분규를 주도하며 낙인 찍혀온
"초강성노조"라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또 현재 한창 진행중인 현총련을 비롯한 다른 사업장의 노사교섭에도
큰 영향미칠 뿐 아니라 우리 생산현장 전반에 산업평화무드를 조성함으로써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관계자는 이와관련, "그동안 현총련의 교섭분위기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현대자동차의
임금협상 타결은 현총련을 비롯한 다른사업장에 조기타결분위기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회사 노사의 임금협상이 대화를 통해 원만히 타결된 데는 격년마다
갖는 단체협상을 올해는 벌이지 않아 쟁점사항이 적었던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노사가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성숙된 교섭관행을 들 수 있다.

지난93년9월 출범한 노조집행부가 온건, 실리노선을 추구하며 현총련을
탈퇴, 노사간 신뢰기반을 구축한데 이어 지난해 출범한 현 정갑득위원장
집행부 역시 투쟁적 노동운동을 펼치리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회사측과
해고자복직 등 쟁점사항들을 미리부터 대화로 해결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회사측도 지난해 양봉수씨 분신사건으로 야기된 노조갈등과 불법파업으로
인해 해고된 21명의 근로자를 복직시켜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한편 이날 현재 한진중공업 대림자동차 경주 힐튼호텔 등 전국21개
사업장에서 노사분규가 진행중이나 주요사업장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속속 타결되면서 산업현장의 분위기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주)한양 한국아이지모타 쌍용자동차 성음전자 등 최근까지 파업을
벌이거나 쟁의발생을 신고한 사업장들이 잇따라 임.단협을 타결하거나
근로자들이 조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 올해 노사관계 안정의 최대변수는 국내 최강성노조로 평가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이다.

현대중노조는 내부적으로 기본급 12.4%인상, 전면 월급제실시, 해고자복직
등의 임.단협안을 확정, 회사측과 단협교섭을 벌이고 있으나 임금교섭팀이
아직 구성되지 않아 본격적인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한 이후 노조의 내부분위기가
그다지 과격하지 않고 안정세가 확산되고 있어 2년연속 무분규로
노사교섭을 타결할 것이란 기대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진중공업 등 일부사업장의 노사분규가 장기화되고
있으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때 올해 노사교섭은 큰 분규없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