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지난 8일 발표한 한국통신의 시외및 국제전화요금 조정안은
시외 전화요금의 인상인지 인하인지 분명치 않다.

정통부는 시외전화 요금이 5% 싸진다고 생색을 내고 있지만 피크타임
할증제 도입과 시외 30km지역 이내의 단거리 시외 요금을 대폭 인상,
요금체계를 복잡 다기화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변칙적인 인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번 전화요금 조정은 통신권 광역화추세에 역행할 뿐더러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전국 단일 요금체계구축 노력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에서
전화요금정책의 일대 후퇴라고 해석할 만하다.

물론 국제요금을 평균 6% 인하한 것은 경쟁도입에 따른 효과를 이용자에게
환원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시외요금 체계의 개편과 관련해서는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무엇보다도 시외전화 요금할증제(피크타임제)도입은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물론 신규 통신사업자들이 모두 시내망에 접속해 들어올 때에 대비,
미리 시설을 늘려 놓아야 할 필요성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시설자금을 할증제도입을 통해 확보하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전화이용이 적극 권장돼야 할 첨단 정보화시대에 이용을
억제하기 위한 할증제란 그리 바람직한 정책수단이 아니다.

그것도 시내 30km이내 통화시 요금이 25%가 오르고 여기에 30%의 할증료
까지 가산되면 한꺼번에 최고 62.5%나 요금이 인상되는 셈이니 이용자들의
부담이 이만저만 늘어나는게 아니다.

할증 시간대인 오전 9시~정오 사이엔 하루 전체 통화량의 24.5%가 몰려
있을 뿐더러 기업의 업무용 통화가 집중되는 시간대이다.

정통부의 설명대로 피크타임제 도입이 가정용 통화의 분산효과를 겨낭한
것이라면 업무용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그동안 시내요금과 같게 적용해온 30km이내 시외요금을 3년만에
다시 시외요금 체계로 환원시킨 것은 정책 변덕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전체 시외 통화량의 50%를 차지하는 30km이내 시외전화는 원가보상률이
51%에 불과해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지만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전국 단일 요금체계를 포기하는 처사가 아닐수 없다.

물론 통신시장 개방에 따른 경쟁도입으로 요금체계를 획일적으로 강제할수
없는 상황이 예상되지만 경쟁이 도입돼도 전화사업자별 전국 단일요금체계는
얼마든지 적용될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정부가 너무 쉽게 단일요금체계구축을 포기한 것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마음이 끌린 증거라고 밖에 할수 없다.

정통부의 이번 요금조정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려면 아직 1주일정도의
시간이 있으므로 보완할 점은 보완하는 것이 좋겠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화사업의 완전 경쟁체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완전경쟁만 된다면 한꺼번에 요금을 62.5%나 올리는 따위의 무리한 행위는
나올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