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호텔업계가 "얌체손님들과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고객을 왕처럼 모셔야할 호텔들이 투숙한 손님들을 내쫓지 않을 수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호텔과 투숙객의 이같은 전쟁은 뉴욕 시카고등 미국 주요 도시 호텔
방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

자연히 호텔은 3~4일이상의 장기 투숙객을 기피하고 있고 업무상 장기간
호텔에 머물러야 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는 호텔방잡기가 사업보다 더 중요한
현안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약삭빠른 손님들은 실제 예상 숙박일보다 훨씬
짧은 예약을 일단 해 놓고 투숙후에는 "내배 째라는 식"으로 그냥 눌러
앉아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행사들은 일단 하룻밤이라도 먼저 방을 차지하면 당초 예약일정보다
더 오래 머물더라도 호텔측에서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고객들에게 이 방법을 쓰라고 귀띔한다.

이같은 얌체 장기 투숙객들 때문에 예약확인까지 마치고 호텔에 도착한
일부 순진한 손님들이 방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 하는 낭패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따라서 호텔들은 숙박기간을 지키지 않고 뒤로 나자빠지는 얌체손님들을
내쫓기 위한 갖가지 묘안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쓰고 있는 얌체손님퇴치법은 예정된 날짜까지만 전자
카드열쇠가 작동하도록 사전에 조치해 두는 방법.

결국 새열쇠 없이는 방에 들어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일부 점잖은 호텔에서는 손님이 처음 투숙할때 아예 체크아웃날짜에 서명을
하도록 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딴소리 못하게 증거로 삼고 있다.

또 어떤 호텔은 퇴실예정일을 넘긴 날부터는 하룻밤 숙박료를 1백달러에서
2백달러로 대폭 올리는 수법을 쓰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를 못보고 있다.

자칫 거리로 내몰려 다음날 있을 중요한 업무를 망칠 수도 있는
비즈니스맨들은 대부분 바가지 요금을 치르고라도 방을 사수하기 때문이다.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몇몇 호텔은 방을 비워 주길 거부하는 손님들의
소지품을 방 밖으로 끌어내는 "강제추방법"을 쓰기도 한다.

방을 두고 손님과 호텔들이 벌이는 전쟁은 80%이상의 숙박률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대도시 호텔업의 호황속에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뉴욕등 미국의 대도시로 자주 출장을 가야할 비즈니스맨들은
예약확인을 거친 후에도 정작 호텔에 도착했을때 방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 김수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