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수 오리콤사장은 광고업계에서 해커로 통한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흥미로운 소프트웨어를 발견하면 꼭 써봐야 직성이
풀린다.

간단한 프로그램이라면 직접 만들어 쓰기까지 한다.

70년대 그가 "비지캘크"라는 저작도구로 만든 "광고사 손익분석 프로그램"
은 요즘 광고사들이 이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모체가 되기도 했다.

민사장은 고려대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컴퓨터시스템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과학기술원을 노크한 적도
있다.

50세를 넘은 요즘도 천리안 등을 통해 신입사원들과 전자우편을 주고
받는다.

인문학도가 대부분인 광고사에서 그는 경력만으로도 컴퓨터박사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위치다.

그러나 항상 최신형 컴퓨터를 원하는 민사장의 고집이 전공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왕성한 탐구욕 때문이라고 해야 옳을 듯 하다.

민사장은 얼마전 휴대폰을 이용, 자신의 노트북PC와 본사 호스트컴퓨터를
연결시키는데 성공했다.

유.무선의 차이만 있을 뿐 휴대폰도 전화기이므로 통신이 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는 주위의 질문에 "그냥 해보고 싶어서"가
그의 답변이었다.

컴퓨터도 예술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대해야 발전이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민사장의 영향으로 오리콤은 가장 컴퓨터마인드가 앞선 광고사가 됐다.

"오아시스"란 자체 네트워크를 개발, 새로운 광고아이디어를 찾아내는가
하면 경영관리에도 활용하고 있다.

오리콤은 한걸음 더 나아가 모빌오피스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원들이 교통지옥에 시달리며 출퇴근하는 대신 노트북PC를 갖고 직접
영업현장을 뛰는 새로운 근무형태다.

재택근무도 곧 실현될 전망이다.

"미래사회의 소비자는 광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원하는 정보를
직접 찾아 나섭니다. 광고사의 크리에이티브나 조직도 이에 맞춰 변해야
되지요"

민사장의 요즘 고민은 큰 딸 지선(이대 컴퓨터공학과 1년)이가 채팅을
하느라 밤을 새우는 것이다.

자신도 "파이프"라는 전자오락을 하루 한시간씩 하는 게임광이지만 컴퓨터
에 중독된 젊은 세대가 걱정이다.

"전자오락이나 채팅은 컴퓨터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도구이지만 정도껏
해야지요. 컴퓨터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균형감각만 갖는다면
컴퓨터는 휴먼커뮤니케이션을 증진시키는 유익한 도구라고 봅니다"

새로운 시대와 호흡을 함께 하는 민사장의 컴퓨터 낙관론이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