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세계산업계의 판도를 바꾼 대역전 드라마중의 하나로 전문가들은
''베네통의 기적''을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두고 미국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까지
소매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느 베네통.
이 회사는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베네통''일가의 여자들이 양복을
짜고 남자들이 바깥에 내다 팔았던 가내수공업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회사가 순식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수 있었던 열쇠는
다름아닌 정보 네트워크다.
이른바 "즉응 시스템"이 베네통 경영의 특징이다.
베네통은 기존 패션업체들이 시즌 7개월 전에 판매 예상물량을 발주하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 세계 각지에 깔아 놓은 컴퓨터 네트워크 정보망을
활용해 소매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납품하기까지의 기간을 단 2주일로
단축시켰다.
그 결과 시시각각 바뀌는 패션 동향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재고 물량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것이 베네통을 세계 정상의 패션업체로 올려 놓은 비결이다.
이처럼 정보를 제압함으로써 업계 챔피언 자리에 오른 기업들은 수없이
많다.
미국의 월마트나 일본의 세븐일레븐 등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보 네트워크를 유효 적절하게 활용, 마케팅에 직결
시켰다는 점이다.
세계 산업계에 불어 닥치고 있는 디지털 멀티미디어의 물결은 이같은
정보 네트워크 활용의 중요성을 더욱 제고시킬 게 분명하다.
미국의 KPMG라는 경영자문 전문업체는 최근 "디지털 시대의 250개 빛나는
기업"을 선정했다.
전세계 기업 가운데 미국내 경영을 기준으로 뽑은 이 목록은 경영 성공의
요인이 <>대자본 <>투자력 <>높은 시장점유율 등에서 <>빠르게 바뀌는
흐름에 대한 적응력 <>다른 기업보다 한발짝 앞서가는 순발력으로 바뀌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목록은 "디지털 경제"의 몇가지 특징을 보여 준다.
산업의 틀이 바뀌는 격동기인 최근 상황은 <>시장 감각 <>경영자의 미래
전망 <>산업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시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컴퓨터
업계의 전설적 인물로 꼽히는 스티브 좁스가 이끄는 넥스트 컴퓨터사다.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투자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픽사는 작년말 "장난감 이야기"라는 완전 디지털 영화를 만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모회사인 넥스트 컴퓨터와 나란히 "디지털 시대의 빛나는 별"
목록에 올랐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업체로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넷스케이프사의 경우도 비슷한 예를 보여 준다.
이 회사는 멀티미디어 인터넷, 곧 월드 와이드 웹용 소프트웨어를 단지
다른 업체들보다 1년여 먼저 내놓았다는 것 만으로 대성공을 거둔 경우다.
이런 발빠른 경영 전략을 펴는 기업들 사이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250개 기업가운데 71%가 설립된지 16년 이하인 "젊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특히 전체의 58%는 종업원이 1,000명 이하인 중소 규모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기업공개 조차 안돼 있는 상태다.
KPMG의 목록은 경영 트렌드 상의 변화 외에 세계 경제의 주도 산업
자체에도 거센 세대교체 바람이 일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즉 정보통신산업이 세계의 리딩 인더스트리로 자리를 굳히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컴퓨터 <>영상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등이 정보통신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KPMG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당분간
세계 산업계는 지각변동에 가까운 일대 판도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예컨대 "넷 마켓(Net Market)"으로 불리는 인터넷 온 라인 쇼핑 비즈니스가
활기를 띰에 따라 기존 유통업계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디지털 혁명을 동반한 네트워크화의 물결은 산업계로 하여금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변혁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음에 틀림없는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