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의 디자인 개념이 "인간"과 "자연"을 키워드로 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휴먼 디자인"과 "자연주의 디자인"의 개념이다.

더구나 최근 진전되고 있는 디지털화의 바람은 가전제품 디자인 개념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디자인 개념에서 소비자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자인
개념이 정착되고 있는 것.

"디자인은 곧 상품 경쟁력"에서 한발 나아가 "디자인은 곧 기업의 생존"
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 디자인 추세를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가전사들은 종전 디자인을 제조원가의 개념에 맞춰왔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디자인 방식은 제조원가를 최대한 낮출 수 있는 형태로
회로와 부품을 배열한 후 디자이너에게 제품 외관을 의뢰하는 식이었다.

결과적으로 기능과 디자인은 상호 갈등했다.

반면 최근의 추세는 디자인에 맞춰 제품의 회로 설계와 부품 배치가
이루어진다.

디자인과 기능이 상호 상승작용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술상의 발전도 한몫했다.

디지털화의 진전과 부품표준화로 인해 어떤 설계방식을 채택해도 제조원가
는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겉모양 위주의 디자인에서 기능을 감안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자인 전략을
채택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LG전자의 분리형 캠코더나 벽걸이형 오디오 등은 대표적인 예.

소비자가 사용하기 편리한 기능을 먼저 고려하고 이에 맞추어 제품을
설계하는 이른바 "윈도 디자인" 방식을 채택했다.

외관상의 디자인만 고려하던 "블랙박스 디자인"을 탈피한 것이다.

디자인의 효과는 엄청나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벽걸이형 오디오는 출시 6개월만에 3만2,000대가
수출되고 국내시장에서만 8,000여대가 팔렸다.

LG전자는 "벽 공간을 활용해 오디어 기능과 소비자의 인테리어 욕구를
만족시킨 상품"이라며 "당초 유럽시장을 겨냥해 만들었으나 국내에서도
히트를 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와이드폰은 둥근 모서리의 기존 전화기 개념을
완전히 탈피해 직선과 직각을 주소재로 만든 제품이다.

국내 기업들이 디자인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뭘까.

"좋은 디자인은 좋은 사업"(토마스 왓슨 전 IBM사 회장)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