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에도 "신토불이" 바람이 거세다.

가전업계가 개방시대 특화전략으로 "한국형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이른바 "한국형 가전제품"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한국형 가전제품은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하다.

따라서 사용하기 편리하다.

또 각종 소프트웨어를 지원받을 수 있어 애프터서비스등에서도 유리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전업계로선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국산 가전제품에 맞서는 가장 유효한
무기다.

더구나 유통시장 전면 개방 등으로 외국산 가전제품의 수입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형 가전제품"은 개방시대를 맞는 국내 가전업계의 최종 승부수이자
생존전략인 셈이다.

한국형 상품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상품"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우전자의 공기방울세탁기는 대표적인 예다.

공기방울세탁기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삶는 방식"을 세탁기에 적용한
제품이다.

삶을 때 생기는 수많은 기포가 빨랫감 올 사이에 끼여 때를 빼주는 원리에
착안했다.

대우는 이 제품 하나로 지난해 100만대의 세탁기를 수출했다.

전 세계 세탁기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소위 "월드 워셔"전략도 공기방울
세탁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회전물걸레 청소기는 한국 온돌문화에 적합하게 개발한
전형적인 한국형 상품이다.

기존 진공청소기에다 면걸레를 달아 방바닥을 쓸고 닦을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앞서 LG전자도 고무재질로 만들어진 기존 물걸레 청소기의 단점을
보완한 "쓸고 닦고"를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뚝배기 맛을 내는 전자레인지(LG전자)는 가열온도를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옛날 시골에서 먹던 찌개 맛을 재현할 수 있도록 고안된 상품.

한국 전자레인지가 세계 1위 점유율을 달성하는 데 공헌한 상품이다.

삼성전자는 엘리베이터를 장착한 전자레인지 "골고루"를 내놓았다.

그릇을 놓는 판의 높이를 조절해 음식을 가장 균일하게 가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LG전자가 시판하고 있는 카메라 착탈식 액정 캠코더는 카메라부와
오디오부를 분리해 자신의 모습까지도 촬영할 수 있는 제품이다.

다양한 촬영자세를 연출하는 것이 가능해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원다이얼 방식의 가스오븐레인지 "라헨느"는 조리용 타이머 조절도
다이얼 조작을 통해 가능하다.

요리 완료 경보기능과 자동 소화기능 등의 안전장치를 갖췄다.

특히 한국적 입맛에 맞는 조리 스타일을 다이얼로 조작할 수 있어 케익
빵 등은 물론 청국장 식혜등 전통음식도 쉽게 요리할 수 있다.

독립냉각방식을 채택한 삼성전자의 "독립만세"냉장고도 한국형 가전제품.

냉동실과 냉장실을 별도로 제어하는 냉각방식을 채택, 두개의 냉각기를
사용하면서도 전기효율이나 냉각효율은 오히려 더 높였다.

대우전자의 광버튼 VTR는 전원을 켜면 전원버튼에 빨간 불빛이 켜지고
테이프를 재생시키면 연두색 불빛이 켜지는 등 VTR 작동 상태를 한눈에
알게끔 고안된 상품.

장식장 내부나 어두운 거실에서도 쉽게 작동상태를 알수 있다.

이 제품은 또 케이블TV예약 녹화를 간편하게 단축했으며 화질보상 기능을
갖추고 있어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다.

"입체냉장고탱크" 역시 한국형 기술을 채용한 제품이다.

냉장실 문을 닫으면 냉동실 문이 열려 냉기 손실이 많았던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했다.

도어의 선반까지 발포액을 채워 넣어 냉기손실을 줄인 일체발포형식을
택했다.

또 한국주부의 평균 키를 고려해 가장 알맞은 위치에 냉동실과 냉장실
표시부를 분리했다.

인체공학적 설계에 한국인의 체형에 적합한 기능을 덧붙인 것이다.

대우전자의 건조일체형 세탁기는 건조할 때 소비전력을 크게 줄인
"한국형"제품.

유럽식 드럼 세탁기에 비해 소비전력을 절반으로 낮췄다.

또 세탁방식을 30분에서 3시간까지 6단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인켈의 "CD 오디오 북"은 CD 한장에 최장 54시간까지 정보를 수록할 수
있는 제품.

특히 "듣는 책"을 실현하기 위해 읽고 싶은 부분을 권-장-문장-단락-
페이지 등으로 나누어 다양한 반복 기능을 실현했다.

현대전자산업의 오토체인저 플레이어는 51장의 CD를 자동으로 장착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음악용CD 포토CD 등과 호환이 기능하다.

오토체인저 플레이어를 지원하면 가라오케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디스크내에서 내장된 전체 내용을 각 곡 또는 트랙별로 모니터에서
보여주는 다이제스트 기능도 갖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