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전자업체와 전문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외국업체들이 국내시장에 몰려드는 등 밖으로부터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또 안으로는 가전3사라는 막강한 경쟁업체와 상대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견업체들은 나름대로의 수성과 공격전략을 마련하기에
분주하다.

그 전략은 "사업다각화"와 보다 "전문화된 제품 개발"로 모아진다.

사업 다각화의 대표적 예는 인켈이다.

인켈은 브랜드 가치만도 1,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오디오 전문업체.

해외시장에는 셔우드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는 11월 해태전자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이 회사는 작년부터 오디오
전문업체에서 AV(음향 영상기기)전문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 회사는 이달중 천안에 새 공장을 완공하고 TV를 월 2만대규모로
양산한다.

생산량은 비록 적지만 오디오세트와 결합해 AV기기를 자체적으로 공급
한다는 계획이다.

또 CD-I 등 첨단 AV기기 생산에도 나설 방침이다.

해태전자는 인켈을 흡수 통합하는 것을 계기로 전자 정보통신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그동안 자동판매기와 비디오CD 등을 생산해왔으나 종합적인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나우정밀 등 3개회사를 합하기로 한 것.

"기술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해태에서만 만들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낼 것"(신정철 해태전자사장)이란 야심이다.

이 회사는 특히 열효율을 높인 가스보일러사업으로 미주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동양매직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4년까지만 해도 주로 수입제품을 판매하던 이 회사는 최근 호주업체
와 손잡고 냉장고생산에 착수했다.

또 네덜란드 필립스와는 전기밥솥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

이밖에 정수기사업에도 진출했으며 세탁기분야에서는 가전3사를 추월
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대형TV 전문업체로 인식돼온 아남전자는 최근 와이드TV 생산라인을
만들고 이 분야 사업에 진출했다.

비록 브라운관은 일본 마쓰시타로부터 들여온 것이기는 하지만 시장성이
높은 와이드TV 분야에서도 대형아남의 명성을 살린다는 계획이다.

중견업체들이 이같은 사업다각화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전문업체로서
의 확실한 자리매김이다.

해태전자는 인켈을 합병하더라도 인켈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인켈을 활용해 국내 오디오시장을 적극 공략
한다는 방침이다.

해태는 이를 위해 가전3사가 타깃으로 하고 있는 미니콤퍼넌트가 아닌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를 강화한다는 사업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중성을 지닌 제품보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급기종을 주력상품으로
내놓아 전문업체로서의 이미지를 다져간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 롯데전자등 다른 오디오메이커들도 하이엔드 제품 분야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전문화에 무게를 두기는 신도리코 코리아제록스등 사무기기 전문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는 복사기 팩시밀리 등에 디지털방식등 새로운 제품 개념을
도입하며 첨단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현대전자 대우통신등 대형 메이커들이 사무기기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따른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견업체들이 최근 보이고 있는 움직임중 주목할 만한 것은 유통업
진출이다.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을 들여와 자사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것.

이는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외국제품과 자사제품을 함께 판매함으로써
매출을 끌어올리고 소비자에게 좀더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켈은 올초 독일 AEG사의 제품을 들여와 전국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남전자는 일본 마쓰시타의 냉장고 세탁기등을 판매중이다.

물론 중견전자업체의 이같은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 지는 확실치 않다.

가전3사와 같은 대형업체들도 유통시장 개방을 맞아 사업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나 마케팅능력이 떨어지는 중견
업체들이 이같은 환경을 쉽게 극복해낼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가전3사가 등한히 하는 니치마켓에 주로 의존해 오던 그동안의
사업방식으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중견 전자업체들이 최근 보이고 있는 활발한 사업다각화나
전문화는 이들의 성공가능성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