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빙벽을 기어오르는
한 마리
개미를 생각한다

세찬 눈보라 속
숨결이 얼어붙은 채
한 발 앞을
간신히 내딛는
집념을 생각한다

아찔한
실족의 순간
이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영혼
눈구덩이에
물구나무 서서
영원에 맞닿아 있는
알피니스트를 생각한다

시집 ''대낮의 등불'' 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