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에 "부품공용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완성차업체들이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의
신흥시장에서 이른바 "글로벌경영"에 착수하면서 각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동일부품을 사용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나라별로 생산하는 차량에 외관상 차이와 상관없이 동일한 내장부품을
사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각국의 다양한 안전및 배출기준 등으로 인해 각기다른 규격의
부품이 요구되기도 했지만 동일한 부품이 필요할 때에도 구매업무는 담당
사업장에서 독자적으로 맡아 처리해온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주요완성차업체들이 글로벌경영체제를 잇따라 선포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포드의 "2000" 폴크스바겐의 "플랫폼전략" GM의"글로벌제휴" 등
각사가 추진중인 신경영전략의 핵심은 신형차 제작시에 세계 각지에서
최저비용으로 부품을 조달, 공동 사용한다는 "글로벌소싱".

세계적인 기술평준화속에서 자동차업계의 판매전이 "가격경쟁"양상으로
접어들면서 채택된 전략이다.

미 미시간대 커니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할때
소비자들이 승용차를 구입하기 위해 10년전보다 약 10주를 더 일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둔화로 허덕이는 유럽에서도 가격요인이 차량구매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글로벌소싱"을 채택한 완성차업체들은 부품업체들과
업무제휴를 확대하거나 납품기준을 강화, 부품업체에 경영합리화를
유도했다.

GM을 비롯한 일부 완성차업체들은 올들어 하청 부품업체들에 생산기술에
관한 자문 뿐 아니라 자금관리 및 물류체제정비 등에 관한 노하우도
전수하기 시작했다.

양자간에 서로 "적대적접근"을 해왔던 과거의 양상과 판이하다.

GM은 특히 26개 사업장으로 흩어져 있던 부품구매사업부문을 일괄 통합,
협조체제를 통해 부품의 공동구매를 시행하고 있다 대대적인 비용절감을
추진중인 포드는 지난해 하청부품업체들에도 공급가 인하를 요구했다.

다른 업체들은 하청부품사에 납품기준을 강화, 함량미달업체에 제재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특히 완성차업체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부품의 최소재고와 적시조달"
전술을 택하고 있는 것은 중소부품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
돼버렸다.

부품납기일을 제대로 맞추고 각국의 소비자에게 일관된 사후서비스를
하자면 "믿을만한" 소수 하청사들과만 거래를 트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

이를 반영하듯 자동차유리 좌석 브레이크 도장부문에선 한 두군데
선도업체로만 일감이 쏠리기 시작했다.

위기에 직면한 부품업체들은 자구책으로 인수합병이나 업무영역확대에
나섰다.

"규모의경제"를 통해 관리비용과 세금지출을 절감하고 관련사업에서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려는 목적에서다.

자금과 경영기법에 뒤처진 군소업체들이 경쟁대열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 때문이기도 하다.

올들어 독일 최대의 부품업체인 보쉬는 미얼라이드시그널의 브레이크
사업부문을 인수했고 영루카스는 지난달 미배리티사와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대부품업체인 미델피오토모티브는 "시스템통합"을 선언하고
단일부품 생산체제에서 연관시스템 전체생산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했다.

부품업계는 이같은 조치가 성공할 경우 수익증대를 도모, 오히려 위기가
찬스로 탈바꿈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