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선물딜러 최혜란 .. 0.1초의 승부 '나를 베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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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란.
스물여섯의 여성선물딜러.
세계를 무대로 쇳가루 밀가루를 주무르는 무서운 신세대다.
그녀는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거울속의 자신을 살핀다.
눈가에 약간의 주름이 잡히는 기분이다.
조금씩 나이를 먹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하지만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볍다.
마음은 벌써 딜링룸에 가있다.
오늘도 "0.1초의 승부"를 벌인다고 생각하니 가벼운 흥분마저 든다.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평범한 생활을 거부하고 선물딜러의 "길"을 택한
자신이 자랑스럽다.
최씨는 대학졸업후 직장을 2번 옮겼다.
그녀가 이전에 다녔던 중견무역회사들의 조건은 남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을 박차고 나왔다.
일이 편해 자기개발에 게을러지는게 두려웠기 때문.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하고 쓰러져버릴 것 같았다"고 최씨는
당시의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몰두할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바로 선물딜러.
한달전 소설로 읽은 눈코뜰새없는 선물딜러의 일상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단 선물회사에 취직부터 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때가 지난95년1월.
무엇보다 급한 것은 "까막눈"을 "흰눈"으로 바꾸는 것.
다행히도 실전배치되기전 4개월 가까이 연수과정이 있었다.
원래 8시간이상 잠을 자야 생기가 넘친다는 그녀는 하루 4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을 전부 공부에다 바쳤다.
밤에 세수를 열번 한적도 있다.
강행군은 4개월동안 계속됐다.
제목에 선물이나 " Futures (선물)"가 있는 책은 일단 사고 봤다.
그전까지 손에 들어본 적도 없는 경제신문도 처음부터 끝까지 탐독했다.
선물강의라면 만사제쳐놓고 쫓아다녔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지난해 5월중순 미국선물협회(NFA)가 공인하는
선물중개사자격증(AP)을 땄다.
그리고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처음에는 고객이 주문하는대로만 했다.
반타작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그나마 수익을 올리면 공은 고객의 몫이었고 손해를 본 책임은 전적으로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래서 그녀가 결심한 것은 "공격적 딜링".
정보를 일일이 체크하는 꼼꼼함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이 그녀만의
무기.
고객이 거액의 사자주문을 내도 시세가 떨어질 것 같으면 적극 만류했다.
고객들이 달가워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치.
한여름 구슬땀의 결실이었을까.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께부터 그녀의 스타일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판단은 대체로 정확했다.
매 딜링때마다 2,000만~3,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입사9개월만의 일이다.
신참티를 갓 벗은 최씨가 요즘 딜링하는 돈은 하루 약30억원.
1년으로치면 1,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올린 수익중 최고는 한달동안 8억원.
지난5월14일 동 1,000t 팔자주문을 냈다.
당시 가격이 t당 2,700달러.
이 가격이 6월중순에는 1,700달러로 떨어졌다.
1개월사이에 t당 1,000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최씨의 일정은 보통 회사원과는 다르다.
새벽4시반에 퇴근할때도 있다.
그녀의 스케줄은 4일단위로 이뤄진다.
이를 "정정야휴"라고 부른다.
정상근무 정상근무 야간근무 휴식을 줄여서 하는 말이다.
오후1시에 출근하는게 야근시 타임테이블.
출근하자마자 1시간정도 "나이트리더"나 "로이터통신"등에서 모든 상품의
시세를 체크한다.
이후 4시까지 고객에게 제공할 정보를 리포트형식으로 작성한다.
4시반 영국선물거래소가 개장해서 다음날 새벽 4시15분 뉴욕에너지마켓이
폐장할때까지 숨막히는 승부가 계속된다.
발뻗고 잠든날이 하루도 없지만 그녀는 힘들지 않다.
일이 재미있을뿐만 아니라 선물업계의 여왕이 된다는 큰꿈이 가슴에
자리잡고 있어서이다.
수백억달러를 굴리는 "마이더스의 손" 조지 소로스가 최종목표다.
의지를 매일 확인하기 위해 그녀는 딜러로서의 자신의 이름을
"레이나(Reyna)"로 지었다.
레이나는 스페인말로 여왕이라는 뜻이다.
"결혼요.
미국 유학 갔다와서 생각해볼 작정입니다.
아직까지는 일이 먼저예요"
<박준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
스물여섯의 여성선물딜러.
세계를 무대로 쇳가루 밀가루를 주무르는 무서운 신세대다.
그녀는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거울속의 자신을 살핀다.
눈가에 약간의 주름이 잡히는 기분이다.
조금씩 나이를 먹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하지만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볍다.
마음은 벌써 딜링룸에 가있다.
오늘도 "0.1초의 승부"를 벌인다고 생각하니 가벼운 흥분마저 든다.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평범한 생활을 거부하고 선물딜러의 "길"을 택한
자신이 자랑스럽다.
최씨는 대학졸업후 직장을 2번 옮겼다.
그녀가 이전에 다녔던 중견무역회사들의 조건은 남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을 박차고 나왔다.
일이 편해 자기개발에 게을러지는게 두려웠기 때문.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하고 쓰러져버릴 것 같았다"고 최씨는
당시의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몰두할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바로 선물딜러.
한달전 소설로 읽은 눈코뜰새없는 선물딜러의 일상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단 선물회사에 취직부터 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때가 지난95년1월.
무엇보다 급한 것은 "까막눈"을 "흰눈"으로 바꾸는 것.
다행히도 실전배치되기전 4개월 가까이 연수과정이 있었다.
원래 8시간이상 잠을 자야 생기가 넘친다는 그녀는 하루 4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을 전부 공부에다 바쳤다.
밤에 세수를 열번 한적도 있다.
강행군은 4개월동안 계속됐다.
제목에 선물이나 " Futures (선물)"가 있는 책은 일단 사고 봤다.
그전까지 손에 들어본 적도 없는 경제신문도 처음부터 끝까지 탐독했다.
선물강의라면 만사제쳐놓고 쫓아다녔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지난해 5월중순 미국선물협회(NFA)가 공인하는
선물중개사자격증(AP)을 땄다.
그리고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처음에는 고객이 주문하는대로만 했다.
반타작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그나마 수익을 올리면 공은 고객의 몫이었고 손해를 본 책임은 전적으로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래서 그녀가 결심한 것은 "공격적 딜링".
정보를 일일이 체크하는 꼼꼼함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이 그녀만의
무기.
고객이 거액의 사자주문을 내도 시세가 떨어질 것 같으면 적극 만류했다.
고객들이 달가워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치.
한여름 구슬땀의 결실이었을까.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께부터 그녀의 스타일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판단은 대체로 정확했다.
매 딜링때마다 2,000만~3,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입사9개월만의 일이다.
신참티를 갓 벗은 최씨가 요즘 딜링하는 돈은 하루 약30억원.
1년으로치면 1,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올린 수익중 최고는 한달동안 8억원.
지난5월14일 동 1,000t 팔자주문을 냈다.
당시 가격이 t당 2,700달러.
이 가격이 6월중순에는 1,700달러로 떨어졌다.
1개월사이에 t당 1,000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최씨의 일정은 보통 회사원과는 다르다.
새벽4시반에 퇴근할때도 있다.
그녀의 스케줄은 4일단위로 이뤄진다.
이를 "정정야휴"라고 부른다.
정상근무 정상근무 야간근무 휴식을 줄여서 하는 말이다.
오후1시에 출근하는게 야근시 타임테이블.
출근하자마자 1시간정도 "나이트리더"나 "로이터통신"등에서 모든 상품의
시세를 체크한다.
이후 4시까지 고객에게 제공할 정보를 리포트형식으로 작성한다.
4시반 영국선물거래소가 개장해서 다음날 새벽 4시15분 뉴욕에너지마켓이
폐장할때까지 숨막히는 승부가 계속된다.
발뻗고 잠든날이 하루도 없지만 그녀는 힘들지 않다.
일이 재미있을뿐만 아니라 선물업계의 여왕이 된다는 큰꿈이 가슴에
자리잡고 있어서이다.
수백억달러를 굴리는 "마이더스의 손" 조지 소로스가 최종목표다.
의지를 매일 확인하기 위해 그녀는 딜러로서의 자신의 이름을
"레이나(Reyna)"로 지었다.
레이나는 스페인말로 여왕이라는 뜻이다.
"결혼요.
미국 유학 갔다와서 생각해볼 작정입니다.
아직까지는 일이 먼저예요"
<박준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