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과 LG그룹이 자체 기술연구소를 합치거나 확대 개편한 것은
무엇보다 시너지 작용을 통한 연구개발(R&D) 효과의 극대화를 겨냥한
것이다.

또 이들 통합 연구소에서 미래기술연구를 전담하도록 한 것은 앞으로의
기술환경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선 포철과 LG가 이날 기술연구소 체제 개편을 발표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것이 R&D체계의 효율성 증대다.

그동안은 관련 계열사들이 제각각 담당분야의 기술개발을 추진했던 것을
체계적으로 묶어 줌으로써 R&D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투자효과는 최대한으로
높이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들 회사는 이번 연구소 통합으로 관련 분야별 공동연구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연구인력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R&D의 집중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R&D 체계를 리엔지니어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국내 기업들이 R&D의 양적확대에만 치중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포철과 LG의 시도는 R&D의 질적제고에 기업들이 눈을 돌린 것으로
이해할만 하다.

포철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인 R&D투자가 적은 한국의 현실에선
연구개발 체계의 질적개선이 투자확대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연구개발 체계의 통합은 미래를 대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미래기술의 키워드는 다름아닌 "융합"이기 때문이다.

전자와 기계부문이 통합된 메카트로닉스 기술이 혁명처럼 닥쳐왔듯이
이젠 모든 기술이 한데 모여 "제3의 기술"을 낳는 시대가 도래할 게 뻔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멀티미디어 기술이 가전 컴퓨터 통신등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것이란 점도 이를 반증한다.

포철과 LG의 기술연구소 통합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들 회사가 통합연구소의 주기능을 미래기술 연구에 맞추고 있는 점이
그렇다.

포철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선 차세대혁신철강기술 신소재등
미래기술연구만 전담토록 했고 LG그룹도 종합기술연구소에 멀티미디어
우주항공 생명공학등 복합형 기술개발 임무를 맡겼다.

이렇게 보면 기술연구소의 통합은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기업 그룹을 중심으로 계열사별 연구기능을 그룹 차원에서
종합화하는 추세는 일반화돼 가고 있다.

연구소 통합이 그만큼 효과가 있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 방향이 통합쪽으로 잡힌 이상 기술개발
체계를 합쳐 관리하는 것이 순리"라며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