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한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환경설비산업은 7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신종 산업이다.

세계시장규모는 이미 4천80억달러로 그 규모면에서는 항공 산업을 능가할
정도의 거대 산업으로 급성장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1년께가 되면 5천7백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산업의 선두 주자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지난 94년중 미국의 환경 산업 생산액은 1천7백5억달러.

연간 무역흑자는 50억달러를 각각 기록해 환경 산업은 미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위상은 막강한 경쟁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쟁력의 1차적인 원천은 종합기술력의 보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설비산업은 공해의 유발 요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므로 물리 등 기초
과학을 기반으로 기계 화공 등의 응용 과학이 동원되는 종합과학기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세계최고수준의 기초과학기술을 보유한 데다가 응용 기술을 포함한
전반적인 기술 개발력 측면에서도 탁월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이
환경설비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됨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또 하나의 요인은 미국 정부가 환경규제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내수 시장 기반이 견실하게 다져졌다는 점이다.

환경설비산업은 여타 산업과는 달리 수요가 환경규제 등 법적 제도적
장치에 의해 인위적으로 창출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환경 규제를 합리적으로 강화해 온 결과 막강한 규모의 내수 시장이
창출되고 이로써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인 환경설비산업에 참여하는 한편
기술 개발도 촉진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미국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지원 시책을 운용해온 것도 경쟁력 제고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80년대 중반까지 미국 정부는 환경설비산업에 대한 지원의 중점을 기술
개발과 유효수요의 창출에 두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와서는 내수시장의 증가율이 둔화되자 수출 산업화
하는데 중점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가 환경산업설비를 수출 산업
으로 육성키 위해서는 먼저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직 기술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가 단기간내에 전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환경설비산업중에서도 표준화가 가능한 장비와 설비를
집중 개발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관련 기초기술의 개발을 통해 전반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을 수립,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도 미국처럼 국내 시장을 경쟁력 확보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외 환경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환경설비 시장 규모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자체
기술력 부족외에도 투자재원의 조달이 큰 애로점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대외지원을 환경설비산업 진출과 연계해 운용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향후 동남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환경 설비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추세에 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능력있는 대기업과 의욕있는 중소 업체들이 이 분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세계은행과 ADB등 국제 금융 기관들이 환경과 연계해 차관을 공여
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추가 출자때 차관도입국가들의 환경
개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