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설비업계는 전문업체 육성및 기술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금융.세제
지원을 촉구했다.

환경설비업계 대표들은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환경설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전문업체의 육성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건의했다.

환경설비업계는 또 조달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환경설비 입찰에서
건설회사가 주계약업체로 선정되도록 한 현행 법규도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환경설비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합상사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손잡고 해외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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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 =환경은 인류가 봉착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환경 서비스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 설비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해 소홀히 해왔고 적절한 정책을 갖지 못했던게 사실
입니다.

이번 회의에선 환경산업 선진국인 미국의 사례와 우리의 실정을 알아보고
기술이라든지 투자 정책지원 등에 관해 기업과 정부 학계가 할 일을 점검해
보고자 합니다.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지요.

<> 장병주 (주)대우부사장 =환경은 선진국들이 주도해온 복합기술산업이라
국내에서 자발적인 육성이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참고로 일본 환경산업의 최근 동향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일본은 기계제조 수준을 넘어 오염발생원인을 제거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연간 7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매년 18%정도 성장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산성비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북미시장을 개척하는 등 신규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들여온 기술을 소화해 응용기술을 개발한 결과입니다.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동남아와 동구권 등에서 수출영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 제품이
가격경쟁력면에서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과거 섬유나 조선 등의 수출경험에서 체득한대로 초기 시장 진출을 위해선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일본 제품과 비교했을 때 20%정도는 값이 싸야 경쟁력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나 기반기술을 외국에 의존하다보니 일본제품과의 가격차이가 10%
미만이거나 대등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품질경영과 서비스도 수준이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부품이 국제규격에 미비한 경우도 허다하고요.

<> 성기웅 대림코퍼레이션사장 =우리 회사는 연간 2백억여원어치의 물량을
수출해 왔으나 요즘와선 조금 어렵습니다.

제품의 품질로만 보면 개발도상국수준보다 높고 선진국에는 약간 못미치는
상태이니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아무래도 해외기술에 의존하다보니 수출이 점차 어려울 수 밖에 없지요.

자체 기술 보유가 급선무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전략분야를 선택해야 합니다.

환경설비의 품목별 시장이 크지 않으므로 성장가능성이 가장 큰 부문을
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 김상열 통산부수출과장 =국내업체의 집중적인 육성이 필요한 근본원인은
수출입 구조에 있습니다.

환경설비의 국내 생산 능력은 1조원규모인데 내수는 2조원에 육박하거든요.

그러니 수입이 증가할 수 밖에요.

탈황설비와 주요 품목들은 4억달러정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90년부터 96년까지를 보면 수출품목은 전기 집진기에 치중돼
있는데다 지역도 동남아에 편중돼 있습니다.

<> 박장관 =기술수준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군요.

여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한국 환경설비산업의 기술수준은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노승탁 서울대기계공학과교수 =환경기술은 산업경쟁력의 도구로 사용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단순한 무역역조 이상의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업을 운용하는 전체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종합화능력면에서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
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제작위주로 임하다보니 기술습득이 늦어지고 인력양성도
어려웠습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에 건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환경산업은 어찌보면 규제에 의해 수요가 창출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규제를 너무 급작스럽게 하다보면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동향을 파악해 사전에 몇년도 규제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예시해야 합니다.

<> 이철호 공주대화학공학과교수 =환경설비산업 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란 자체기술로 제품을 생산해 상용화하는데까지를 뜻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부족한 시간을 보완키 위해 외국기술을 직도입하거나 합작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방지키 위해선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에 메리트를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 류태우 생산기술연구원 생산설비개발센터소장 =국내 환경기술 수준은
일반설비의 경우 선진국의 15% 수준, 대형설비는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전기집진기와 중형소각로 등은 50%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이같이 기술력이 모자란 것은 기술개발투자를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지원도 미흡합니다.

<> 성재동 통산부산업기계과장 =설계기술이 부족하다는게 공통적인 것
같습니다.

환경설비는 그 수요가 워낙 다양해 똑같은 제품이 둘일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특성에 맞추는 길은 오직 전문화밖에 없습니다.

전기 집진기와 같이 우리 실정에 맞는 전문품목에 집중하는 길이 최선
입니다.

이런 업계의 노력을 지원키 위해 정부도 설비 발주방법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각종 입찰에서 수주업체가 일반 건설업체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정작
환경설비 업체들은 하청이나 재하청업체로 전락해 버리고 말거든요.

전체 엔지니어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고요.

정부는 건설교통부와 협의해 환경설비업체가를 원천 계약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 박장관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젠 생산업체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 강경호 한라중공업사장 =환경산업은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국내시장이 1조원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살고 생산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있어야 하는게 환경설비라고 보면 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런 외형에 걸맞게 환경설비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할줄 압니다.

많은 업체들이 환경설비는 생산과 직접 관계가 없고 환경규제만 어떻게
하든지 통과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돈을 적게 들이려 하기 때문에 설계나 기초공사때부터 부실화의
경향이 나타나기도 하지요.

환경설비를 하면 제품 코스트가 높아진다는 식의 단견을 없애야 합니다.

<> 이규철 한국정수공업사장 =환경설비에는 대기 수질 소음 진동 등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한 업체가 도저히 여러분야를 감당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회사를 키워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입니다.

우리 회사만 해도 37년을 정수분야만 해왔어요.

그렇게 해보니 자신이 생겨났습니다.

특허만 수십개를 갖고 있고 이 분야 세계 10위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전체 직원 1백21명중 엔지니어만 95명을 두고 있지요.

정부에는 역시 전문회사를 육성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이를 위해선 전문업체 고시제도나 공장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두번째로는 환경기술을 데이터 베이스화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국제적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마케팅에 관한 것입니다.

대한무역진흥공사 같은데서 해외마케팅 지원을 맡아주면 좋겠어요.

<> 이달우 한국코트렐회장 =환경설비 산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위해
한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얼마전 한국전력이 발주한 5백MW급 탈황장비 18기 사업은 그 규모가
8억3천5백만달러나 되는 거대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여한 국내업체들마다 외국 전문업체들과 기술제휴를
하고 물품을 수입하는 바람에 전체 사업비의 35%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2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돈이 달러로 나가 버렸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들 업체는 이미 WTO시대가 시작된 만큼 정부의 보호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잘하는 업체를 장려하는 정책이 적합하다는 얘기지요.

또 하나 발주자가 너무 경제적인 측면에만 얽매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전이 바로 그랬습니다.

탈황설비의 껍데기를 니켈합금으로 고집하다보니 업체들은 수입품을
쓸 수 밖에 없었어요.

포철이 생산하는 철강제품에도 고무를 덧씌워 사용하면서 3년마다 갈아주면
되는데도 말이에요.

너무 딱맞는 최고의 제품만을 요구하다 보면 평범한 국산물품들은 어디
들어갈데가 없어지고 맙니다.

절약도 생각해야잖습니까.

<> 박장관 =그 뜻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3년에 한번씩 고치더라도 국산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 회사로서야 국민과 소비자를 위해 최고의 제품을 안전하게 쓰려고
하는게 당연하잖아요.

국내업체를 우대하는 인위적인 평가방법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개방시대에 공정경쟁하도록 해야지요.

<> 김정호 (주)정엔지니어링사장 =우리 회사는 20년간 환경계측기기 분야에
전문화해 왔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유독 외제품 선호의식이 강합니다.

폐수 처리를 위한 PH 계측 관련 기기의 경우 일본 수입제품은 대당
2백만원인데 한국 제품은 50만~60만원에 불과합니다.

품질은 대등합니다.

이런 사례에서 느낄 수 있듯이 결론은 역시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반장식 재정경제원지역경제과장 =재정경제원은 전체 거시경제 운용차원
의 지원뿐만 아니라 예산상의 개발지원이나 금융 세제상의 지원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우선 통산부와 환경부 과학기술처등에서 각각 공업기술기반 개발자금
이라든지 G7산업지원자금 특별연구기금등을 통해 관련업체들을 지원하고
있지요.

이중 환경설비 산업 수요증대와 관련해 중기업에 지원하고 있는 자금은
5백50억여원에 이릅니다.

세제면에서도 환경관련 부품 수입때 관세를 감면하는 방안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박장관 =환경규제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오히려
환경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은 새롭게 받아들여집니다.

환경부에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소준섭 환경부기술지원과장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
입니다.

지금까지 예고기간이 짧아 기업에 부담을 줘왔던 것을 시정키 위해 법개정
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3년이나 5년전에 규제를 미리 예고토록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관련부처와 함께 환경기술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 신동식 통산부산업환경과장 =환경산업 발전은 전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돼 있습니다.

정부는 환경분야에서 전문 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우선 입찰에서 환경설비업체가 주계약업체가 돼 건설회사에 시공을
맡기도록 관련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부품 국산화를 위해 품질 인증제를 곧 시행할 계획입니다.

또 하자보증제도를 도입해 수출산업으로서 환경산업의 특성을 잘 살리는데
일조를 다할 생각입니다.

<> 박장관 =토론을 통해 우리 업체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일부 기업은
이미 세계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환경설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전망도 아주 밝다고 여깁니다.

우리 업체가 어서 국제화된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입찰규정을 손질하고 품질인증제 실시도 적극 검토할 것입니다.

아울러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세제상의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금융지원
방안도 강구하겠습니다.

< 정리=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