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그동안 수출의 3두마차역할을 했던 반도체 조선 자동차경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트로이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면, 대외경쟁력이 약한 다른
산업의 수출상황은 가히 짐작이 간다.

청와대를 비롯해서 재경원 통산부등 주무 부처들이 여러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책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한다.

한국경제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88년 무역수지흑자가 114억달러에 이르러 넘치는 달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TV토론(비상대책회의?)을 하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이때 토론의 주요 내용은 지금까지의 성장위주 경제정책보다 국민복지, 즉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
하는 학자와 관료들이 많았다.

그 당시 정치가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이었기에 국민들을 안정시키고
"들뜨게" 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지금과 비교하면
경제상황은 아주 좋았던 "호시절"이었다.

그 당시 국민을 들뜨게 했던 "넘치는 달러"는 마치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한
것처럼 착각하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넘치는 달러를 관리하기 위해 해외여행규제를 전면 해제하기에
이르렀다.

"해외여행 자유화"는 우리 역사에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건" 그 자체였다.

해외여행은 지금까지의 우물안개구리식 생활과 발상에서 벗어나 드넓은
세계를 접하고 우리를 반성하며 자극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해외여행 자유화는 지금 표방하는 세계화(그 당시는 국제화)의 목표인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90년부터 우리경제에 문제가 발생했다.

수출이 주춤거리기 시작했고 수입은 수직 상승했다.

이 여파로 인해 90년 20억달러 정도의 무역수지적자를 겪어야 했다.

무역수지흑자가 3년동안 지속되다가 갑자기 적자로 돌아서자 정부 관계
부처가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경쟁력약화, 생산성향상, 원가절감, 물류비용절감, 금융및 세제지원, 행정
규제완화, 국가이미지고양 등 많은 용어를 동원하면서 경제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기도 했다.

국가경쟁력에 한계를 느낀 정부와 주무부처는 화살을 내부로 돌리기 시작
했다.

사치성 소비재수입, 시치성 해외여행 등이 주범인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공격해댔다.

특히 해외여행은 우리경제를 주름지게 하는 "범법자"인 것처럼 매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해외여행자유화와 경제하향곡선이 상관 관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필자는 확신이 없다.

어쨌든 해외여행이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끼게 한다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
하고 있으니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무역수지 적자뿐만이 아니다.

관광수지를 포함한 무역외 수지도 90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무역외수지 적자의 주범은 관광임에 틀림없다.

많은 통계자료가 증명해 주고 있다.

관광전문가들은 <>물가가 비싸고 불친절하다(특히 택시기사들) <>볼거리가
없다 <>호텔요금이 비싼 때문에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광학을 전공하고 있는 필자는 다른 시각에서 무역적자와 관광
적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해외여행을 규제해서는 안되며, 규제한다고 해도 멈출 수 없는 큰 흐름이
되어 버렸다.

해외여행을 규제하면 단기적 효과는 거둘 것이다.

하지만 이 규제가 치료약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 치료약은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외여행을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요즈음 심심찮게 언론에 나오는 우리 국민들의 "추한 여행"이 지속되는
한 우리의 여행수지적자, 더 나아가 무역수지 적자는 절대로 해소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령 동남아 골프 여행을 하면서 현지인 캐디를 때리는 한국관광객을
보면서 현지인들은 과연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사줄까.

"졸부행세"하는 한국관광객을 보면서 우리 제품을 사고 싶을까(심지어
우리 해외동포들도 꼴불견 관광객을 보면 한국제품이 싫어진다고 한다).

공항에 털썩 주저 앉아있는 한국인 관광객을 보면서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외국인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만약 그런 외국인이 많다면 그런 사람들은 아마 "추한 한국인"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무역적자와 해외여행, 물론 상관관계는 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나 정부에서 생각하는 그런 방식으론 절대로 난제를
풀수 없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의 국가이미지와 한국상품의 이미지를 고양시키기 위해서,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들에게 계몽교육을 시켜야겠다.

"세계시민교육" 즉 "세계화교육"을.

박시사 < 한양대 강사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