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이번에 전면개정한 재개발사업조례안의 핵심내용은 투기억제
기준강화 및 재개발사업절차의 간소화로 요약된다.

시가 이같이 조례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지금까지 서울지역에서 추진된
주택개량 재개발사업이 주거환경개선에는 기여했지만 투기를 유발,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당초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재개발지역에 거주하는 상당수 주민들이 분양권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사태가 속출, 재개발구역의 원주민 정착률은 90년대 들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재개발사업의 추진절차를 간소화해 소규모 변동사항에 대해서는
공람 심의 인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해
신속한 사업추진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지도 이번 개정안에 반영됐다.

이번 조례 개정안의 핵심내용인 투기억제를 위해 시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대상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우선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 해당지역의 토지를 사들인 경우
지금까지는 아파트 입주권을 받았지만 개정된 조례가 시행되면
감정가격으로 보상만 받게된다.

구역지정이후 재개발지역에 토지를 사들여 아파트를 분양받아 매매하는
투기성 자금의 유입을 적극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45평방m미만의 토지를 소유한 경우에는 지금까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으나 개정된 조례가 시행되면 금전청산만을 받게된다.

45평방m이상 90평방m미만 토지를 소유한 경우에는 무주택자에 한해 아파트
분양을 받도록 했다.

이와함께 재개발지구내 무허가주택의 경우도 투기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판단, 무허가주택 소유자가운데 무주택자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투기적 거래행위는 최대한 억제하되 정당한 권리를
가진 거주민이 입주할 수 있도록 유도키로 했다.

시는 또 소규모아파트 의무건설비율도 확대함으로써 국민주택이하의
아파트가 현재보다 10%이상 더많이 공급될 수 있게 했다.

소득수준이 낮은 가옥주가 분양금을 충당하지 못해 분양권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또 세입자들의 현지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세입자용 임대주택규모도
종래 23~33평방m이던 것을 20~40평방m로 다양화했다.

세입자의 소득수준과 가족수에 따라 다양한 아파트를 공급함으로써
세입자들이 가능하면 현지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함께 사업추진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

인접구역 경계의 조정, 명칭변경, 조합원의 변경 등은 이전에 공람
심의 인가 고시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쳤으나 이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재개발구역의 경계를 조정하는데는 공람부터 심의 인가 등
각종 절차를 거치는데 평균 7개월에서 1년까지 걸려 사업추진에
장애를 주는 요인이 돼왔다.

또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고 4년이 지나도록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곧바로 재개발구역을 해제토록 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정조례는 또 공원.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순환재개발 시행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개발구역안에 공원.녹지를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녹지지역은 사전에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절차 등을 거쳐 변경여부를
우선 결정한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토록 했다.

지금까지 조합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었던 보류시설(관리처분 등 절차에서
착오로 누락된 조합원에게 공급하기 위한 예비아파트)은 현재 조합원 분양
가구수의 2%였으나 이를 1%로 축소토록 했다.

또 조합이 이 보류시설을 처분할때는 반드시 일반분양으로 처리하도록
조례에 명시했다.

공원 등 공공시설을 조성할 때에는 서울시가 조성비용이나 토지보상비의
일부를 부담토록 해 조합의 부담을 경감, 사업추진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례가 9월중 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되면 국민주택규모이하
아파트 건설비율에 대한 규정과 아파트 분양대상자 제한규정 등은
새로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는 지역뿐 아니라 이미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더라도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46개 재개발구역도 마찬가지로
이의 적용을 받게된다.

한편 이번 조례에서 서울시가 아파트 분양자격을 강화함에 따라
재개발구역안에 있는 토지소유주들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 오히려 사업추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김남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