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사람과책 간)가 출간돼 화제.
칠레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이 소설은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외딴 섬이지만 원작의 무대는 네루다가
만년을 보낸 칠레의 네그라섬이다.
우체국직원 마리오 (17세)는 수취인이 한사람뿐인 섬에 우편물을
나른다.
섬의 유일한 고객은 시인 파블로 네루다.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는 네루다에게는 매일 "등이 휠만큼"의
편지묶음과 소포가 배달된다.
그래도 마리오는 위대한 노시인의 문학적 향기를 대하는 기쁨으로
힘겨운줄 모른다.
첫 월급으로 네루다의 시집 "자연의 송가"를 산 그는 "여자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네루다의 사인을 받으려 한다.
처음엔 행여 시인의 영감을 깨뜨릴까 벨을 누르는 것마저 망설이지만
"해가 따스한 어느 겨울날 아침" 드디어 사인을 받는다.
이후 그는 연인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얻기 위해 네루다의 시를
인용하면서 "영혼을 움직이는 시심"을 갈무리한다.
소설은 마리오의 결혼과 네루다의 정치행보, 노벨문학상 수상, 섬으로
돌아온 뒤 세상을 떠나는 과정까지 이어진다.
노시인에 대한 마리오의 무한한 신뢰와 시적 메타포로 가득한 아름다운
문체가 인상적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