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밤들이 이어지자 언홍의 얼굴은 무릉도원의 도화처럼 피어나고
가사도 화색이 돌면서 거동이 활기차게 되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형부인이 언홍을 불러 캐어물었다.

"솔직하게 말해봐.요즈음 대감님이 밤에 너를 어떻게 대하느냐?"

형부인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언홍은 엉뚱한 대답으로
둘러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거기에는 이제 자기를 대감의 몸화로 정도로 깔보지 말라는 의도가 담겨
있기도 했다.

가사의 몸이 살아났다는 소식을 들은 형부인은 시기심으로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남편과 잠자리를 하면서 남자의 몸을 경험하고
싶은 욕정이 일었다.

형부인이 가사에게 가서 따졌다.

"왜 밤마다 언홍이 방에서만 주무시지요? 저와 여러 첩들을 두루 돌아보는
것이 대장부의 도리가 아니신지요?"

그리하여 가사는 남편 된 도리를 지키기 위하여 형부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사는 자기 몸이 살아난 것을 본부인에게 은근히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어머, 정말 당신의 몸이 살아났네요. 이게 얼마만이에요?"

형부인이 가사의 몸을 받아들이면서 감격어린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뭐랬어? 언홍이 같은 아이를 몸화로로 삼으면 회춘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했잖아. 내가 첩을 얻고 하는 것도 어떡해서든지 몸을 살려서 당신을
만족시켜 주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거지"

가사가 으스대며 으스으스 몸방아질을 해대었다.

"좋아요, 좋아요. 이런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면야 당신이 첩을 열명을
얻든 스무명을 얻든 상관을 하지 않겠어요"

형부인은 절정감이 몰려오자 자기도 모를 헛소리를 중얼대었다.

그렇게 가사는 본부인인 형부인과 언홍을 포함한 첩 네 명을 번갈아 가면서
상대하느라 세월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가사가 세월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다시 느끼게 된 것은 자기 몸이 다시
꺼지고 나서였다.

이제는 언홍의 방중지압술도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언홍의 말대로 몸이 살아난 직후부터 손사익의 방중술을 지킬 걸, 하고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조금 더 즐기다가 방중술을 따르지, 했다가 이제는 방중술을 지킬 수도
없는 몸으로 다시 전락을 하고 만 것이었다.

결국 가사는 언홍이 만나보았다는 그 의원을 찾아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