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하락 등에 따른 한국의 수출증가세 둔화가 대만,싱가포르
등 경쟁 개발도상국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이 분석한 "동아시아 주요 개도국의 수출증가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1.4%에 머물러 지난해 같은 기간
33.2%의 3분의1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만은 23.1%에서 9.3%로 떨어졌지만 작년 동기의 3분의1을 훨씬 넘었으
며 싱가포르도 14.1%를 기록,작년 동기 25.4%의 절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의 수출증가율은 23.3%에서 16.5%로,인도네시아(원유수출
제외)는 20.8%에서 11.4%로 각각 낮아졌지만 세계시장에서의 전자제품
가격 하락,엔화약세등 공통적인 외부요인에 따른 타격은 한국보다 적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최
근 메모리칩 가격이 연초의 3분의1 수준으로 하락해 수출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한국은 또한 엔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지난해 최저 수준보다 27%가량 올라
감에 따라 수출주력품목인 조선,반도체,철강 등에서 일본에 크게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의 경우 수출이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49.2% 증가했으나 금년
에는 7% 감소로 반전되고 태국은 수출증가율이 28%에서 8%로 크게 떨어졌는
데 이는 자국의 특수사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금년부터 수출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률을 축소하는 바람에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태국은 지난해 홍수피해로 주요 수출산업인 가
공식품, 섬유,신발 등의 원자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