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총통화(M2)중심의 통화관리를 아예 포기한 것 같다".

요즘 자금시장관계자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한은이 이상하리만큼 M2증가율에 초연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은행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미리 긁어주는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자금관계자들이 한은의 "M2포기 움직임"으로 첫번째 꼽는 징후는 통화량
보다는 금리를 중시하는 자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5월부터 7월초순까지 M2는 평잔 16%대, 말잔 17%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한은은 이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전 같으면 "대출을 줄이라, 유가증권투자를 억제하라"고 닦달할만도
하지만 이달들어 창구지도는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시장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은행지준사정을 넉넉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경식총재도 "통화를 신축적으로 관리, 금리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다른 관계자들도 "M2+CD(양도성예금증서)나 MCT(M2+CD+신탁)등 광의의
통화지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M2증가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한은의 단기유동성 규제방식의 변화도 M2포기징후로 간주된다.

한은은 지난8일 1조5천억원의 유동성을 규제했다.

이날 풀린 재정자금을 감안하면 2조원가량을 묶는게 합당한데도 그러지
않았다.

은행자금사정상 재정이 집행되는 15,16일중에도 유동성규제가 있을법했지만
실제는 없었다.

"재정집행규모를 봐가며 유동성을 규제하겠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미리 재정집행규모를 예상, 유동성을 규제했던 이전과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또 유동성규제등을 미리 예고, 자금관리의 투명성을 높인 점도 특기할만
하다.

한은이 이처럼 신주단지처럼 모셨던 M2에 연연하지 않게된 것은 신탁제도
개편에 따른 자금이동이 첫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불규칙한 자금이동이 발생한 이상 이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통화관리방침
에 따른 것이란 풀이다.

그러나 가장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올해안에 M2를 아예 폐기처분할 예정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은과 재정경제원은 이미 중심통화지표를 M2에서 M2+CD로 바꾸기로 합의한
상태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의 최종확정을 앞두고 뭔가 "성의"를
표시하기 위해 그 시기를 유보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오는 9월중순 OECD가입이 최종확정되면 중심통화지표도 바뀌게
되고 그러면 M2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한은이 미리부터 M2에 연연하지
않고 M2+CD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한은의 M2에 얽매이지 않는 통화관리로 은행들은 물론 자금시장에도
비교적 좋은 조건이 조성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물가등 거시경제에 득이 된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