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시 공모가격 산정을 자율화하고 싯가증자관행을 유도키로한 증권
제도 개선안은 시장기능을 활성화시키자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공모가를 높이려는 기업들과 낮은 가격에 매입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간에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증권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이번 기회에 싯가발행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싯가발행은 공모주청약제도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도입될 전망이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공개기업의 상장 3개월후 주가는 공모가에
비해 평균 31.5~99.6% 상승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만큼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온 셈이다.

그러나 싯가발행을 하게되면 이같은 차이는 사라지고 공모가가 상장후
적정주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증감원 김재찬기업등록국장은 "미국등 선진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상
증자시 통상 현시세보다 20~30% 할인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고 있어
공개추진기업들도 상장후 예상주가보다 30% 정도 낮은 가격을 발행가로
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청약만 하면 위험요소없이 수익을 올리게되는 공모주제도가 사라지고
투자자 판단에 따른 투자만이 가능하게된 셈이다.

발행기업 입장에서는 싯가발행으로 자금조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공모가를 현재보다 높이면 공모증자에 따른 사내유보를 늘릴수 있기 때문
이다.

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발행가격결정의 주된 요소가 되므로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기업들도 발행가를 높이기 위해서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유가증권 발행에 시장원리를 도입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인 한계 또한 만만치 않다.

증시침체 장기화로 매수여력이 실종된 상태에서는 공개나 증자를 위한
물량소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은 공모주청약제도로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기업
공개물량을 적극 매수했고 유상증자때도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매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싯가에 사들여야 하기에 투자자들의 참여정도가 약해질
전망이다.

주간증권사가 발행물량을 총액인수한뒤 일반에게 판매토록 한것도 증권사의
부실을 부를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그동안 주간증권사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공모가를 산정해 왔으나 앞으로는
적정가격을 산출해 판매해야 한다.

인수능력의 차이로 증권사간 우열이 명확해지게돼 증권산업의 개편을
초래할 전망이다.

또 공개물량의 판매가 제대로 되지 못해 증권사가 떠안게 되면 재무구조
악화로 파산하는 증권사도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투자자보호제도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태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