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와 스트레스에 찌들어 매사 "피곤하니까"를 연발하는 이 시대의
샐러리맨들은 자신의 가정과 직장생활,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사와 LG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직장인 311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대부분은 무엇보다도 일단
쉬고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샐러리맨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으며 자신의
전문능력도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로인한 스트레스
압박이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퇴근후 가정에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고 응답해 가정이
더이상 편안한 안식처러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대상지역 절반이상은 심지어 가족을 떠나 혼자 있고 싶다고
응답해 샐러리맨들이 겪고 있는 갈등의 한 단면을 엿보게 했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한국샐러리맨의 자화상을 정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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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만족도 ]]

설문대상자의 72%는 "현재의 직장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고
28%만이 "불만스럽다"고 응답해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업무에 따른
중압감이나 승진.대우에 따른 불만 등 각종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자신의 직장생활에 대해 비교적 순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외형적인 "순응"과는 달리 "이지이나 전작, 자기사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90.1%나 돼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심한 갈들을 겪고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직업을 옮기거나 사업을 하려는 이류로는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서"
(46.4%)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금전적 이유" (15.4%), "치열한
업적경쟁 등 조직분위기" (14.6%), "승진의 한계" (13.9%) 등을 꼽았다.

[[ 건강과 스트레스 ]]

과로와 스트레스 노출된 직장인의 건강문제는 우리사회의 중대한
관심사였다.

전체 응답자의 75.9%는 "그런대로 건강하다"고 응답했으며 "건강에
문제가 많다"는 응답은 15.4%에 불과해 상당수 직장인들이 건강해 자신감을
표시했다.

직장인들의 건강관리방법 (복수선택)은 "규칙적인 운동" (30.5%)이
가장많고 "보약복용" (10/9%), "식이요법" (9.6%)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강관리방법이 "없다"라는 응답이 43.1%에 달해 건강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생활 가운데 얼마나 자주 피곤하다, 쉬고싶다라고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전체의 90.2%가 "그렇다"고 응답 (종종 느낀다 40.2%, 가끔
느낀다 52.7%)해 직장인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히 고달픈 처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로사를 걱정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45.7%가 걱정해본적이
있다고 밝혔다.

평소 우리나라 직장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요인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 (49.3%)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상사.동료간 갈등" (18%) "금전문제" (10.5%), "업적경쟁"
(9.8%), "가족문제" (5.2% 등이 꼽혔다.

또 직장인들은 이같은 스트레스를 "동료와의 술자리 (27%)를 통해
푼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목욕" (21.8%), "운동" (17.3%),
"여행" (11.4%), "음악감상이나 독서" (8.8%) 등을 통해 해소한다고
답변했다.

[[ 일과후의 휴식 ]]

퇴근후나 주말에 가정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냐는 질문에
54%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45.7%는 "그렇지 못하다"고 대답해
가정에서의 휴식여건도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자녀나 배우자가 해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근교로의 드라이브나 여행" (27.8%), "놀이공원 (19.2%) 등 외출이
가장 많아 47%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집안 청소나 간단한 수리" (12.5%), "외식" (8.2%)
"자녀학습지도" (1.8%)의 순이었으며 "그냥 쉬게 내버려둔다"는 대답은
19.6%였다.

이에따라 "가족을 더나 혼자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는
응답은 무려 62.9%에 달했다.

[[ 업무량 ]]

직장인들의 대다수는 회사업무 (출퇴근.식사시간 포함)를 위해 하루중
10~14시간 정도를 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대상자는 33.8%는 10~12시간 30.2%는 12~14시간을 회사업무에
투입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14시간이상 회사업무를 본다는 응답도 14%애 달했다.

그러나 실제 업무처리에 투입하는 시간은 6~8시간 (39.5%)이 가장
많았으며 8시간이상이 21.9%에 달했다.

6시간 이하라는 응답도 39%나 됐다.

회사에 근무는 하지만 업무처리이외의 일로 보내는 시간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 자신의 미래위상 ]]

자신이 정차 어느 직위까지 오를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직장인들의 40.6%가 "부장"까지라고 대답했다.

10명중 4명은 임원이 못된다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사 상무 전무 등 "임원"이라는 응답은 37%, 사장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1.8%나 돼 대조적 양상을 보였다.

한편 20대의 경우 "사장"이 될수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31%에 달한
반면 30대는 20%, 40대는 12%에 불과, 나아가 많을수록 조직내에서의
발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경영혁신과 대우 ]]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조기정년 연봉제 발탁 승진 등
기업의 경영혁신운동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나 추진방식에 있어서는
개선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기업들의 경영혁신운동에 대해 응답자의 66%는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추진방식에 개선여지가 있다"고 답했고 "많은 효과가 있으며
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16.1%였다.

반면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는 지적이 13.9%,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응답도 3.5%에 달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또 자신이 소속된 직장의 경영혁신운동이 업무태도에 준 영향에 대해서는
71%가 "별로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으며 "일할 의욕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는 반응도 15.6% 에 달했다.

단지 13%만이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었다"고 응답해 기업의 경영혁신
운동이 개개인의 업무태도에는 거의 변화를 주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조직 및 대우에 대한 평가는 그저그렇거나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직장의 각종 상벌이나 보상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해선 45.1%가
"보통"이라고 응답했으며 "대체로 공정한 편"이라는 의견은 21.4%를
차지했다.

반면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31.2%에 달해 기업의 각종 평가체계에
대한 불신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장내에서 능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50.8%)와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48.9%)가 각각 절반을 차지해 처우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 능력개발 ]]

날로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자신의 전문능력의 정도에
대한 평가에서는 절반 이상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능력 제고를 위한 대책에 대해선 "퇴근후 전문학원에 다닌다"는
응답이 12.9%, "야간대학이나 대학원에 등록한다"는 의견은 6.4%였다.

반면 "혼자서 공부한다"가 53.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26.7%를 차지했다.

소속 기업의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 인재개발 노력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불만"이라는 응답은 47%에 달한 반면 "만족스럽다"는 대답은 16.1%에
불과했다.

샐러리맨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훈련은 "어학"이 37.9%로
가장 높았으며 "세계화체험"(22%), "컴퓨터"(16.5%), "일반실무지식"(1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에서 어학과 컴퓨터교육에 대한 욕구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 가치관 ]]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개인 및 사회적 차원의 여러 덕목 가운데서도
"가정의 화목"(37%)을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와는 판이한 양샹으로 개인보다 가족중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다음이 "건강"(22.1%), "타인과의 신의"(15.9%) 등을 들었다.

반면 "출세"(11.4%), "돈"(5.8%), "국가사회의 발전"(3%)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3개월의 휴가가 주어질 경우 가장 하고 싶은 일로는 "해외여행"(58%)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어학연수"를 가겠다는 응답도 21.2%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아무일도 하지않고 푹 쉬고 싶다"는 응답은 5.5% 였으며 운동
문화생활 등은 낮게 나타났다.

평소 자녀나 배우자로부터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는 "영화나 음악회티켓"이
가장 인기가 있었으며(28%), "베스트셀러 서적"(20%), "유명캐주얼 T셔츠"
(15.2%), 남성용 화장품(8.4%) 등을 원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는 "비효율적인
정부정책"(40%)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다음으로는 "낙후된 정치시스템"(18.7%), "해이해진 사회윤리규범"(14.8%),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14.1%), "지연.학연 등 연고주의"(12%)를
꼽았다.

2020년 G7국가 진입이라는 미래 한국경제의 비전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12.5%가 "충분히 달성가능하다", 48.6%는 "경우에 따라
가능하다"고 응답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29.3%)과 "불가능하다"는 견해(5.5%)도
적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통일이 몇년안에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1%가 "10~30년"이라고 대답했다.

"5~10년"이라는 대답도 34.1%를 차지했으며 30년에서 50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10.7%에 달했다.

< 정리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