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에 열리게
돼 그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북한이 지난 3년동안 굳게 닫았던 "스포츠 쇄국"의 문을 열고
이번 올림픽에 출전함에 따라 전 세계 197개 IOC(국제 올림픽위원회)
회원국 모두가 참가, 명실공히 20세기 마지막 인류 최대의 스포츠 제전이
된 셈이다.
한국은 88서울 올림픽 때의 전종목 출전을 제외하고는 올림픽 참가사상
가장 많은 선수단(503명)을 파견해 종합 5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들린다.
국가 경제도 어려운 판에 일본이나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선수단을 파견한 것이 허장성세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 출전한 이상 그동안 흘린 땀이 빛나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 기회에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올림픽의 순수한 경기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 맞게 올림픽 참가의 경제회계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림픽은 이미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각 나라의 경제 홍보무대로,
나아가 경제도약의 뜀틀로 활용되고 있음을 결코 소홀히 봐선 안된다.
이번 대회에서도 벌써부터 많은 선진국 기업들이 막대한 유.무형의
경제적 실익을 챙기고 있다.
이를 두고 "올림픽 바가지상혼"이니, "올림픽 상업주의"니 하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사실 곳곳에서 스포츠 정신의 타락현상이 목도되고 있다.
막대한 부를 챙긴 일부 프로 선수들은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고 IOC의
묵인하에 호화 호텔에 묵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이같은 타락상은 엄밀하게 따져볼 때 일부 "스포츠귀족"의
자질과 관련된 문제이지 올림픽의 상업성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스포츠 행사는 크든 작든 관련 산업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올림픽을 인류 최대의 잔치로 끌어올린 것도, 경기력을 향상시킨 것도,
따지고 보면 기업의 힘이다.
무조건 올림픽의 상업성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스포츠 G7"의
경기력을 "경제G7"으로 연결시키려는 현실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올림픽의 경제적 실익을 챙기는데 너무 소홀했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인 대회 운영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실패했고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에서도 메달 경쟁에서는 세계 7위를
했지만 경제 경쟁에서는 메달 17위인 일본과 순위바꿈을 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번 애틀랜타 대회에서도 기껏해야 김치 정도가 대회 지정음식으로
채택됐을 뿐 기업및 제품 홍보경쟁에서 핵심을 뚫지 못하고 변두리를
맴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조차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비용 일부를 한국으로부터 지원받아 출전키로 한 북한이
좋은 예이다.
올림픽 스포츠 경기의 금메달이 경제의 금메달과 합쳐져야만 반쪽짜리가
아닌 완전한 금메달이 될 수 있음을 "스포츠 G7"의 꿈에 부푼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