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재 <충북대 교수/무역학>

최근 사회간접자본(SOC)의 전반적인 부족현상은 기업의 비용상승에
중요한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까지 커다란
불편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SOC시설의 부족, 운영의 비효율성, 복잡한 행정규제등에서
심각한 애로를 겪고 있어 물류 후진국이라고 할수 있다.

물류비용이 지난 94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15%로 1990년 13.1%에
비해 2%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또한 제조업의 총매출액 대비 물류비용도 94년 현재 17%인 43조원에
달하고 있다.

일본의 12%과 미국의 7%에 비교해 볼때 현저히 높은 물류비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물류비를 부담하고는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곤란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SOC시설 투자의 우선순위는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변한다.

개도국은 투자 유발효과가 큰 산업관련 SOC에 대한 투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에 반해 선진국은 산업발전에 애로사항이 큰 부분을 타개하여
민간기업의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SOC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 같이 선진국에 진입하고자 하는 국가는 민간기업 활동의
애로사항을 제거하고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SOC투자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정부가 지난 16일 확정한 SOC 확충및 민자유치
활성화 대책을 우선 환영한다.

21세기에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육.해.공 유기적인
연계에 관심을 기울인 SOC확충이 필요한 시기라 할수 있으며 싱가포르와
같이 공항 및 항만 SOC서비스를 주변국가에 제공해 외화수입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SOC 계획을 보면 정치적인 이유에서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등 대단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추진하여
왔으며 이들은 상호 연계성이 낮은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프로젝트 설정방식은 물류비용을 줄여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목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정부의 국책사업에는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전철,
부산 가덕도항, 광양항, 아산항 개발을 중심으로 공항 및 항구에서
배후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및 철도에까지 관심을 두어 여러 프로젝트를
입체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 계획은 또 육.해.공을 망라한 종합적인 SOC 계획으로서 이전의
것보다는 진일보한 면이 있으며 국내 물류비용을 줄이고 국내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 해외 진출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한국 경제가
지향하는 바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이번 발표된 내용을 좀더 자세히 보면 경부축의 간선도로 중 애로가
발생하는 구간에 지선 및 부도로축을 확보하여 경부축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또한 공항과 항구를 도로 및 철도망과 연계시켜 해외로
수출물류의 애로를 타개하려고 하였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과 가덕도항 및 광양항을 동북아시아의 HUB공항과
HUB항구로 개발하려는 계획은 SOC서비스를 외국 기업에 제공해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의 외화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경부고속전철의 일부구간에 대한 계획 연기와 기존 철도에 대한
새로운 국책사업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도로운송에 중점을 둔 것은 현재
한반도의 크기나 국제운송 추이, 투자의 효율성 등을 살펴볼 때 적절한
정책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동안 등한시 되어 왔던 중부내륙지방의 개발과 동서축의
개발을 위한 SOC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현재 건설중인
청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이 미비되어 있어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국토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SOC의 수요예측을 보면 1994년에서
2020년까지 총 967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정부재원 부족액을 산정하면 SOC에 대한 투자액을 매년 7%씩
증가시킬 경우 2014년 이전까지 재원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며 5%씩 증가시킬
경우 2020년에 가서도 SOC부문에 대한 재정부족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한국의 GDP 잠재성장률이 현재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SOC에 대한 재정투자 증가는 5% 이하에 그쳐 만성적인
SOC부문에 대한 재정부족 현상을 격게될 것이다.

공공부문의 SOC 투자부족을 매우기 위해서는 우선 민간재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야 하며 이번 제시된 정책의 큰 줄기도 민간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민간재원의 확충 방안은 민간으 직접참여방식, 민간자본을 기채하는
방식의 간접참여방식, 민간부문에 사업을 위탁하는 방식, 제3섹터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이를 다시 프로젝트별 계약형태로 구분한다면
순수민간 리스 관리계약 서비스계약 반관반민 순수정부 등 투자단위에
적합한 형태를 찾을 수 있다.

세계화라는 시대적인 변화에 부응한 SOC투자에 대한 새로운 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대단위 사업중심의 SOC투자에서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SOC투자로 정책의 중심이 이동되어야 하며 GDP대비 물류비용을
10% 이내로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대표적인 항구와 항만에 대해서는 HUB개념을 도입하여 내국인 대한
서비스 제공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실현하여야 할 것일다.

셋째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와 민간투자를 고려하여 SOC계획을
종합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넷째 투자를 종합적으로 계획하되 한 프로젝트내에서도 투자단위를 다시
나누어 BOT 리스 관리계약 등 다양한 계약형태를 적용하여 민간의 참여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