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이번 재개발사업과 관련된 뇌물수사는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로 떠돌던 "재개발브로커"-시공사간 검은 돈거래를 통한 유착을
사실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특히 도시생활환경 개선이라는 공공성이 짙고 서민들의 대표적인
생활터전인 재개발지구를 무대로 공무원까지 개입, 이권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지고있다.

이에따라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검은 유착"은 일단 그 고리가
크게 느슨해지거나 단절돼 진행중인 재개발사업에는 당분간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적발된 서울 하왕십리 2-1 재개발지구의 뇌물수수는
서울시내에서 추진중인 재개발사업 1백40여곳을 감안할때 빙산의
일각이며 그유형도 다양하다.

우선 "검은 유착"의 유형을 보면 시공권을 주는 조건으로 건설업체와
조합임원들간에 형성되는게 가장 일반적이다.

이 커넥션은 조합이 정식으로 구성되기전부터 만들어진다.

조합원들이 특정업체를 지지하도록 사전협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공사로 선정되면 수고비조로 일정액을 추가로 지급하는게
보통이다.

이번 하왕십리 2-1 지구의 경우는 "선금"형식으로 뇌물을 지급했으나
약속한 "잔금"을 건네지 않아 문제가 불거진 케이스이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전문브로커가 개입하는 사례가 흔히 있다.

새로 사업이 추진되는 곳에서는 복잡한 재개발절차를 알고 있는
조합원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어서 이들의 입김은 의외로 세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조합임원을 차고 앉아 부정을 저지르게 된다.

하나의 재개발지구에 2개의 조합이 생겨 소송싸움까지 벌이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이때 2개의 조합은 경쟁업체의 원격조정을 받게된다.

대부분의 경우 소송에서 승리, 합법적인 조합이 되면 해당업체로부터
상당한 "보상"이 주어진다.

또 하자발생때나 특별분양대상자에게 돌아가는 보류지분(전체지분의 2%)를
청산때 공사비인상 등의 조건으로 건설업체의 묵인하에 조합임원이 갈라먹는
사례도 적지않다는게 재개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개발조합장만하면 집한채는 생긴다"는 것은 그래서 등장한 말이다.

업체의 입장에서도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공사비 물가연동제라는 단서가 계약서에 붙게되는데 해가 바뀔때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공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설계변경 분양가책정에도 건설업체가 주도적으로 개입하게된다.

또 최근 서울지역 택지부족으로 아파트공사물량 확보에 부심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쉽게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무이자이주비가 세대당 1억원 가까이 치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재개발사업이 밑지기 일쑤라는 건설업체의 강변은
엄살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건설업체와 "재개발꾼", 인허가 및 설계변경과정에서 이권을
챙기는 일부 해당공무원만 "숨은" 이익을 볼뿐 재개발지구 서민들은
모두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주로 명예직이었던 조합임원조직, 조합운영형태, 형식적이던
감사 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민간업체의 과열경쟁이 수그러들고 민간업체가
주축이 돼 추진되던 재개발사업은 주택공사 도시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의
참여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일 시행된 도시재개발법은 재개발구역안에 국공유지가 절반
이상이거나 주민의 과반수 이상이 동의할 경우 도시개발공사나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따라 비리발생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기위해 공공기관이
재개발사업을 맡을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 강력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