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자동차를 만든다.

그것도 모형차가 아닌 실제 운행이 가능한 완성차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고등학교의 "자동차.항공기 연구반"은 지난
92년 국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카(태양열과 기름을 번갈아 사용하는
자동차)를 만들어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후로도 마일리지 마라톤(1l의 기름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를
겨루는 경기) 경주차, 2인승 스포츠카를 연달아 선보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반인들은 이들이 진짜 기술로 직접 만들었는가를 의심했다.

물론 엔진 트랜스미션등 핵심부품은 기존 완성차에서 얻어 왔지만 디자인
이나 차체는 순수 이들의 기술로 완성했다.

"자동차.항공기 연구반"은 이 학교에서 기술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구기복
교사(47)가 이끌고 있다.

평소 자동차나 항공기에 관심이 많아 직접 모형을 만들어온 구교사는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지난 91년 이 모임을 만들었다.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우리가 업체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자동차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 연구하고 연구한만큼 실험적으로
제작해보는 거죠.

특히 자동차업체들이 소홀히 하는 환경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주
관심사입니다"(구기복교사)

현재 이 모임에는 22명의 학생발명가들이 있다.

모두 자동차와 항공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반장을 맡고 있는 김용기군(16.2년)은 "우리 손으로 직접 자동차를 만들어
낸다는데 대해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회원 대부분이 앞으로 이
분야로 진학해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나 레이서가 되는게 꿈"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들에겐 어려움도 많다.

공부도 해야 하고 때론 위험한 부품도 직접 만지며 조립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소중한 여름방학동안 온통 자동차 연구에 매달리면서까지
차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그래서 모임의 별칭을 땅에서부터 하늘까지 누빈다는 뜻의 "FETS"
(From Earth To Sky) 으로 정했다.

구교사는 "앞으로 남은 과제는 꾸준한 기록 경신과 함께 국제 마일리지
마라톤에 참가해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정종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