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체들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설비투자에 활발히 나서는가 하면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그동안 해외투자를 꺼리던 대다수의 업체들이 이제는 대규모
해외투자를 계획하는등 그동안의 소극적인 경영에서 탈피,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는 연산 800만t 체제를 갖춰 세계 10대 종이생산국으로 성장한 체구에
걸맞게 해외로 뻗어 나갈 자신감을 얻어서이다.

설비투자는 한솔제지를 비롯 신호그룹 무림그룹등 덩치가 큰 그룹형
제지업체뿐 아니라 중형제지업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중 완공될 설비는 연산 225만7,000t
규모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국내 종이생산량 688만t보다 32.9%나 늘어나는 것이다.

투자금액만도 1조3,800억원에 이른다.

지종별로는 신문용지 65만t 인쇄용지 42만7,000t 크라프트지 6만6,000t
판지 111만4,000t등이다.

이같이 의욕적으로 설비확장에 적극 나서는 것은 내수시장 성쟝률이
경제성장률과 비례, 꾸준한 수요신장이 예상되는 데다 중국 동남아 등
떠오르는 해외시장을 겨냥하면 장기적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이다.

신증설로 지난해 발생했던 종이부족사태는 완전히 해갈됐고 지종에
따라선 공급과잉으로 가격인하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올해 종이생산량은 757만t으로 지난해보다 10.3% 증가할 전망이며
내년에는 900만t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업계는 일시적인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쯤은 장기적인 시장전망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감수할수 있다는 생각이다.

종이산업은 2~3년 고전해도 한해 장사를 잘하면 완전히 만회할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업계는 최근 몇년동안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자
이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직수출확대는 물론 해외투자에도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수출은 90년 44만t에서 지난해 77만t으로 늘었고 올핸 90만t에 이를
전망이다.

설비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전통적으로 각사가 지켜온 지종의 벽을
허물고 상대방의 아성에 도전하는가 하면 한라그룹등 일부는 아예
신규로 시장에 참여하는등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지종별 제지산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 신문용지 = 신증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이다.

그동안 이 시장은 한솔제지가 약 60%를 공급하고 나머지를 세풍 대한제지
삼풍제지가 나눠 공급해왔다.

이곳에 참여를 선언한 곳은 신호그룹과 한라그룹.

신호는 충북 청원에 약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18만t규모의
공장을 최근 완공했다.

한라그룹은 대불공단에 연산 25만t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올연말께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게다가 최근엔 대한제지가 설비를 증설했고 한솔제지가 전주에 연산
20만여t규모의 7호기 증설에 들어가는등 신증설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신문업계의 증면경쟁등으로 용지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이다.

이같은 신증설로 지난해만해도 약 30만t이 부족해 수입해 쓰던 신문용지는
올해는 생산과 수요가 136만t선에서 거의 균형을 이룰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엔 공급 180만t 수요 160만t으로 오히려 20만t가량 남아돌
전망이다.

이같은 잉여분은 해외시장에서 팔면 되겠지만 당분간 시설과잉에 따른
후유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종이를 구하지 못해 신문업계가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돼 용지업체들이 조금이라도 더 팔기위해
뛰어다니는 형국이 됐다.

<> 인쇄용지 = 인쇄용지는 수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이다.

백상지 중질지나 고급인쇄용지인 아트지를 막론하고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상지역은 중국 홍콩및 동남아등지이다.

특히 중국시장은 작년 하반기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수입이 급격히
줄었으나 올들어서는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인쇄용지는 144만t 생산에 33만t을 해외시장에 실어내 수출비중이
22.9%에 달했다.

이는 90년의 8.7%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올들어 4월말까지도 생산량 50만t 가운데 11만t을 해외로 실어냈다.

인쇄용지업체들은 한솔제지의 장항 22호기와 한국제지의 온산2호기
증설 등으로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난데다 시황이 지난해의 호황에서
올해는 다소 침체로 돌아서자 일부업체는 당초 계획했던 신규투자를
연기하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 판지 = 지난해 호황에서 올해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판지나 골판지의 경기가 국내산업의 경기와 직결되는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들 제품은 경공업제품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경공업제품의 부진은 그대로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따라 국내 판지업체들은 적정가이하로 할인판매를 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으며 수출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판지와 골판지를 포함한 판지생산은 90년 68만t에서 지난해 94만t으로
5년새 38% 늘었으나 수출은 같은 기간중 30만t에서 35만t으로 16.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따라 재고도 늘고 있다.

업체는 무공해골판지 충격흡수골판지 몰드형 골판지제품등 다양한
신제품과 고부가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 펄프 = 절반이하의 가격으로 폭락했던 국제펄프가격은 지난 3월을
고비로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94년말의 최고시세때보다는 절반수준에 머물러
제지업체들의 원가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미국산 하드우드를 기준으로 한 표백화학펄프는 작년 12월 t당
865달러까지 올랐다가 올3월 400달러까지 떨어져 바닥세를 나타냈는데
5월에 420달러 6월에 450달러 7월엔 500달러로 오르고 있다.

이같이 펄프시세가 그동안의 바닥권에서 탈피, 점차 오르기 시작하는
것은 미국 조지아퍼시픽을 비롯한 대형 외국업체들이 더이상의 가격하락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 감산에 나서고 있어서이다.

조지아퍼시픽은 일부설비의 터빈이상으로 40일동안 조업을 단축했고
브리티시 콜롬비아는 올해말부터 일부 생산라인의 정비보수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베노골드리버사는 8월초부터 한달간 정비보수및 조업단축을 통해
펄프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또 이들 업체는 가급적 자체소비용 펄프는 생산해도 시장에 내다파는
마켓펄프의 생산및 출하는 줄이고 있어 국제시세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