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민사집행법 (가칭) 제정작업 착수는 법치주의에 의한 사회적
불신풍조 해소와 신용사회 정착이라는 사법부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고서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빚을 갚지않는
악덕적인 행태가 만연하면서 신용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재판의 권위는
크게 상실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어떠한 증빙서류나 최고장보다 더 권위가 있어야 할 판결문이 악덕
채무자의 변제기피로 한낫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채권자가 돈을 받아내기위해 제기하는 소송 비용은 이미 받을 돈을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액 채권자의 경우 권리행사 포기로까지
이어지는등 이미 "빚떼먹기"는 신용사회 정착에 커다란 장애물로
존재해 왔다.

이에 따라 사회전반에 비법률적이고 비평화적인 방법으로 돈을
받아내는 수단이 횡행하면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불신풍조도
이에 기인한 바가 크다.

또 경매에 대한 일반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매는 중개업자나 전문가들만이 해야하는 것이며 잘못하면 사기를
당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투명한 사회로의 길을 가로막아 왔다.

대법원은 확정판결을 받고도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명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무자력자임이 판명되면 파산선고를 내려 사회적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그리고 재산명시를 거부하거나 허위공개하면 바로 30일이내의 구금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재산명시 거부자는 부동산, 금융자산 등에 대해 판사가 직권으로
해당기관에 조회를 의뢰해 그 정보를 채권자에도 알릴 계획이다.

사실상 돈이 있으면서도 돈을 떼먹는 수법이 완전차단된다.

검찰에 고발을 해야만 처벌할 수 있던 것도 재판부가 바로 구금할 수
있게돼 주먹보다는 법이 더 가깝게 될 전망이다.

경매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복수응찰제도.

경매참가자들은 그동안 1개의 토지, 아파트에 1번만 응찰할 수 있었다.

추가로 다른 부동산의 경매에 응찰할 경우 보증금을 또 내야했다.

그러나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같은 가격대의 경우 5개에서 많게는
10개이상도 응찰이 가능해진다.

즉 공인중개소에서 집을 고르는 것처럼 같은 가격대의 여러가지 집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유찰되더라도 기일공고,통지등 1개월 가량 소요되던 것이 당일 또는
2, 3일후 재입찰돼 "경매로 내집마련"이라는 말이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또 경매과정에서 가장 고질적으로 지적돼온 경매방해도 더 이상 설 땅을
잃게된다.

1차 경락이 된 후 이의가 있으면 점유자, 임차인, 경락인 등은 항고를
할 수 있다.

이 항고제도는 악용이 많이 돼왔다.

예를 들어 부동산가액의 10%를 내고 경락허가 결정을 받은 경락인은
바로 나머지 경락대금 90%를내지 않고 항고하면서 시간끌기 작전을 편다.

그러면서 돈을 마련할 시간을벌기도 하고 은행에 넣어둔 돈의 금리차익도
챙겨왔다.

점유자나 임차인들이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명약관화.

또 10%의 대금을 낼 필요없는 임차인은 경락인과 짜고 항고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임차인도부동산가액의 10%를 내야 항고할 수 있다.

경락인이 쉽게 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지만
소유권 취득을 지체할 경우 고율의 법정이자도 물리기로 해 경매활성화와
안정성 유지도 기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소액채권자들은 이제부터 채무자들의 재산을 압류하는데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

선순위 근저당권자나 확정일자등을 갖췄더라도 압류를 먼저하면배당에서
우대를 받게 된다.

돈을 받기위해 압류도 하고 배당요구도 먼저 하는등 열심히 뛴 사람이
배당순서에서 밀리는 억울함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