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이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참여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사업에 새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보의 계획은 기존에 한국가스공사를 중심으로 한 7개 국내기업
컨소시엄이 참여를 추진중이던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통상산업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업계간 이해조정 여부도 관심사다.

이에따라 시베리아 가스전을 개발해 한국까지 파이프라인으로 들여온다는
"꿈의 프로젝트"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과 러시아간 시베리아 가스전 공동개발 계획은 크게 두갈래로 진행돼
왔다.

하나는 시베리아 극동 야쿠트공화국의 사하가스전 개발이고 또 하나는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이다.

사하가스전의 경우 지난 92년 한.러 사하컨소시엄간에 공동위원회 설치및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합의가 이뤄졌고 지난 94년 김영삼대통령이 러시아
방문때 양국 정상간에도 공동개발의사가 재확인됐던 것.

지난해말엔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가 나와 오는 8월께 양국 컨소시엄간
공동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약 6억t의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가스전 개발사업엔
한국측에서 석유개발공사를 대표간사로 가스공사 유공 (주)대우 삼성물산
LG상사등 총 14개 국내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연방정부측인 러시아기업가연맹등 6개사와 사하공화국내
사하네프가스사가 사업주체다.

또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경우 가스공사를 간사회사로 고합 LG 효성 대우
한라등 국내 7개사가 컨소시엄으로 러시아측과 공동개발을 추진중이다.

이들은 이미 현지조사를 끝냈고 러시아연방측과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었다.

추정 매장량 9억t의 이 가스전 사업은 향후 사하가스전과 연계해 파이프
라인으로 국내까지 끌어온다는게 한국 정부의 복안이다.

헌데 이 과정에서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에 한보그룹이 참여한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셈이다.

한보는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권을 쥐고 있는 루시아석유회사 지분 27.5%
를 2천5백만달러에 사들여 사업권을 확보했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오던 통산부와 기존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이 당혹해한 것은 당연했다.

사전에 정부측과 협의없이 돌출적으로 튀어나온 것이어서다.

그래서인지 통산부는 한보의 사업계획 타당성과 실현성 여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산부 관계자는 "시베리아 가스전 사업은 한국과 러시아 정부간 협력과
지원을 바탕으로 민간 컨소시엄이 추진하던 것인데 한보가 여기에 뛰어들어
앞으로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은 러시아 연방정부의 승인이
필수적"이라며 "한보가 루시아석유회사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해서 이 사업에
전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가스전개발은 통상 투자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것인데 관계회사의 주식을
소유한 것은 이와 별개라는 지적이다.

또 한보가 발표한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기존 컨소시엄 업체 관계자는 "시베리아 가스전과 한국을 연결하는 파이프
라인 건설은 주변국들의 이해가 맞물린 사안으로 일개 민간기업이
각계격파식으로 추진한다고 되는게 아니다"며 "이는 가스전 개발과 맞물려
있는데다 정부간 협조가 관건인데 한보가 일방적으로 발표한건 이해가
안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보는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사업권을 한국이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순수한 의미에서 루시아석유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것을 놓고
너무 사시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보그룹 관계자는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경우 일본 스미토모그룹을 비롯한
일본석유공단 컨소시엄이 집요하게 참여를 추진했다"며 "이를 한보가 나서
기득권을 확보해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전에 통산부등과 협의를 하지 못한 데는 보안유지등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며 "이 사업은 루시아석유회사 뿐아니라 러시아
연방정부측과도 어느정도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보는 또 기존 국내 컨소시엄과의 중복여부와 관련, "기존 업체들도 이
사업에 참여시킬 계획을 갖고 있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한보의 느닷없는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사업 참여 발표는 이
프로젝트의 무시못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보의 행보가 한.러간 시베리아 가스전 공동개발 사업을 가속화시키는
호재가 될지, 아니면 국내 기업간 갈등으로 비화돼 악재가 될는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