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카(우즈베크공화국)=정종태기자]

지난 19일 준공된 대우자동차 우즈베크 현지공장(우즈-대우 자동차공장).

연산 20대만대로 중앙아시아 최대규모지만 이 곳엔 프레스 소물을 찍어내는
공장이 없다.

자동차 앞뒤의 펜더나 트렁크 뒷부분 등을 만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들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를 따로 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프레스 소물이나 에어컨은 어디서 공급하는가.

바로 루마니아가 해답이다.

우즈베크공장에 설치된 ABB사의 대형 프레스에서는 문짝이나 후드
트렁크리드 같은 대물만을 찍어낸다.

나머지 부분은 루마니아에서 받아 보디를 완성한다.

대우가 동유럽 생산기지 구축작업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이같은 부품의 상호교환이다.

루마니아에서는 프레스 소물만을, 우즈베크에서는 프레스 대물만을 생산
한다는 것도 이런 개념에서 시작됐다.

상호부품교환은 프레스물에 그치지 않는다.

우즈베크공장에는 에어컨 공장이 없다.

역시 루마니아 로대공장에서 조달한다.

핵심부품도 마찬가지다.

루마니아에서 생산된 엔진은 우즈베크에 공급되고 체코의 아비아사에서
생산된 트럭 부품은 폴란드 FSL로 보내져 현지조립된다.

대우가 이처럼 부품의 상호교환을 가장 염두에 뒀던 것은 무슨 이유에설까.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어떻게 이루느냐는
것"(김태구 대우자동차부문회장)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에서 경제규모로 치는 연간 생산량은 30만대에서 50만대.

그 아래면 원가부담으로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경쟁에서 고급차를 소량으로 생산하는 업체들이 나가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우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저마다 2백만대 이상의 생산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대우자동차가 동유럽에 구축한 생산망은 이번에 문을 연 우즈베크공장을
비롯해 폴란드의 승용차공장인 FSO와 상용차공장인 FSL, 루마니아의 로대
공장, 체코의 상용차공장등 5곳이다.

그러나 이들 공장의 생산 규모는 폴란드를 제외하곤 2000년에 가서도
각각 최대 20만대 수준을 넘지 못한다.

공장별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다.

"각 공장별로 부품을 생산해낸다면 기껏해야 20만대 규모가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동유럽 5개공장을 연결시켜 상호 부품공급체계를 갖추면 50만대
이상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실질적인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최적 방안이다"(이관기 우즈-대우오토회장).

자동차공장의 설비투자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금형부문이다.

대우는 기본적으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5개 공장에 같은 금형을 중복
설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 공장에서 다른 공장 것까지 함께 찍어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자비를 줄였다.

반면 생산효율은 높아졌다.

말하자면 20만대짜리 공장 5개을 묶어 철저히 1백만대짜리 단일공장의
효과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자동차의 부품 상호교환 전략은 동유럽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대우는 인도에서도 연간 30만개의 엔진을 생산해 인도뿐 아니라 동유럽
한국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엔진 트랜스미션등 6개 핵심부품을 연간 30만개 생산하는
공장을 지어 중국과 한국, 동남아 일대에 공급키로 했다.

대우자동차의 이러한 부품상호교환망에는 협력업체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우즈베크에도 이미 동주산업 동흥전기등 4개 업체가 동반진출해 부품공장을
건설중이고 연말까지는 10여개 업체가 추가 진출하게 된다.

19일 우즈-대우공장 준공식에서 김우중회장은 "앞으로는 부품공급은 물론
제품도 공동개발체제를 갖추는등 전방위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강조
했다.

대우 "세계경영"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