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4일부터 4일간 제주 신라호텔에서 "변화와
경쟁시대의 경영전략"이란 주제로 제21회 최고경영자대학 강좌를 가졌다.

이번 강좌에서는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
이석채 정보통신부장관등 사회각계의 인사가 강연에 나서 급변하는
경영환경변화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안등을 집중 조명했다.

이중 첫날 발표된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산업경영
연구소장의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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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희소자원의 활용과 신자원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온 결과
사회는 농경사회로부터 공업사회로, 특히 근래들어서는 지식사회로
발달해왔다.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최근들어 나타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지식과
관련된 것이며 지식은 가장 중요한 자본이자 경제자원이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드러커의 지적대로 통신 컴퓨터 등 정보산업을 대신해 소프트웨어
개발과 컨설팅 등 지식산업이 서서히 중심산업으로서 지위를 굳혀가고
있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대응해 기업경영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근래 기업경영의 조류를 보면 기업조직이 지닌 능력을 재발견해
사업이나 경쟁력의 유지 강화 변혁을 추구하는, 능력에 기초한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종래 경영수법인 분석형 전략논은 기존 경영자원의 최적배분이라고
하는 구조의 문제를 다뤘지만 능력에 기초한 경영은 경영자원의 발견 개발
혁신이란 동적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기업조직의 행동은 "지식을 창출하는 프로세스"로 개념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는 이같은 생각을 "조직적 지식창조"라는 개념으로 정의해왔다.

지식은 "암묵지" "형식지" 라고 하는 2개의 부류로 나뉜다.

암묵지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주관적 신체적인 지식으로 경험의
반복에 의해 숙련화된다.

암묵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사고습관과 행동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형식지는 문장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객관적 이성적인
지식이다.

이 암묵지와 형식지의 상호보완 순환작용에 의해 역동적으로 순환할수록
풍부한 지식이 조직적으로 창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같은 상호순환을 "지식변환"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지식변환에는 암묵지로부터 암묵지를 창조하는 공동화(socialisation),
암묵지가 형식지로 변환되는 표출화(externalisation), 분산된 형식지의
단편들을 수집 분류 통합해 새로운 형식지를 만드는 연결화(combination),
형식지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내면화(internalisation) 등 4개의 서로 다른
형식이 있다.

이같은 4가지 형태는 독립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고 상호작용함으로써
지식을 증폭시킨다.

지식의 상호작용은 통상 개인에서 발생, 집단 조직수준으로까지 증폭된 후
다시 개인에 내면화된다.

지식비전(knowledge vision)은 "기능적 가치"와 "존재가치"의 융합체이다.

기능적 가치는 "어느 영역에서 어떠한 지식을 획득해야 하는가"에 관한
가치이며 존재가치란 기능적 가치의 근저에 있는 진 선 미와 같은 보편적
가치와 결부된, 보다 본질적 영속적 가치이다.

지식변환의 4형태중 표출화에는 특히 "정당화"과정이 중요하다.

개인이 자기의 신념에 따라 표명한 생각과 아이디어는 주위의 사람에 의해
정당화돼 "조직지"로 변화돼가는 것이다.

정당화의 기준이 조직내에서 널리 공유되면 조직 말단에서도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져 정당화의 속도가 빨라진다.

지식비전은 정당화의 기준이 됨으로써 지식창조를 촉진한다.

유기적 집중이란 주변기능이 중심기능을 지지해 공동으로 지식을
창조해가는 것이다.

일본의 화학제조회사인 가오의 경우 연구개발활동과 마케팅활동을
두 축으로 해서 다른 활동들이 이 두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시스템과 정보시스템을 갖고있다.

혁신을 촉발시키는 이 두 활동에 자원이 집중되고 있지만 가오는
지식창조를 저해하는 기계적 집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직이
수뇌부를 중심으로 전부문이 등거리에 있는 원형조직을 갖추어가지고
있다.

동요/혼돈의 지화란 외부의 환경정보에 열려있는 것을 말한다.

지난 10년간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보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미국기업보다도 정보기술도입이 뒤진 일본기업이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경험으로 터득한 암묵지를 이용한 경영이 중시돼왔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재팬의 경우 상품관리를 컴퓨터를 이용한 POS(판매시점정보
관리)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품목의 경우 POS에 의한 자동발주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이 중심이 된 정보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각 점포에는 본사에서 파견된 카운슬러와 점장 시간제 종업원까지
나서서 고객을 관찰하고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지역 이벤트에도 참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암묵지를 터득하며 이를 이용해 최종적인 발주를 확정한다.

이처럼 지식창조기업에는 사람을 통해 외부로부터 지식을 받아들이는
개방성이 요구된다.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면 기존 질서와 지식체계를 뒤흔드는 "동요"와
"혼돈"이 조직 내부에 만들어짐으로써 무작위하고 유익한 정보가 지화된다.

지식.정보의 과잉은 조직원이 당장 필요없는 정보를 중복해서 갖고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문분화"와 "중추기능의 공유"의 융합체로 설명된다.

복잡한 환경 때문에 조직 구성원에게는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이 요구된다.

그러나 전문화를 추진해온 관료제에서는 혁신이 저해된다.

가장 큰 저해요인의 하나가 요소기술이 전사적으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

요소기술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는 요소기술을 철저히 패키지화해
사업부문 사이에서 공유하는 방법이 있지만 보다 유용한 것은 중추기능을
암묵지로써 전사원이 공유하는 것이다.

중추기능을 공유한 개인이 각각 전문분화함으로써 조직에 다양한
견해들이 생기고 해석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하이퍼텍스트형 조직은 태스크포스와 관료제가 융합된 조직이다.

이 조직은 지식을 창조하는데 효과를 나타내는 네트워크제의 이점과
지식의 이용 축적에 효율성을 발휘하는 관료제의 이점을 합한 것이다.

이 조직은 기존 지식체계를 이용하면서 연쇄적으로 가치창조활동을
행하는 통상의 비즈니스 시스템과 기업의 기존 지식체계를 재구축하도록
새로운 지식의 창조를 전략적으로 행하는 지식창조시스템, 팀이 생산한
지식을 조직 전체의 공유재산으로 저장해가는 지식베이스 등 3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

지식창조는 이 3개의 층에 걸쳐 다양한 지식교환을 통해 행해진다.

조직적 지식창조에 가장 적합한 경영은 종래의 전통적인 경영모델인
상의하달(톱다운)식이나 하의상달(바틈업)식이 아닌 미들 업다운 경영이다.

여기서는 최고경영층과 중간경영층, 그리고 일선 직원간에 광범위한
협동작업에 의해 조직적 지식창조가 압축적으로 행해진다.

우선 최고경영자가 기업의 미래와 사원의 지식창조활동의 방향에 대해
비전과 꿈을 제시한다.

중간관리자가 최고경영층이 만든 "거대한 이론"과 일선직원이 매일
부딪치는 현실을 통합해 검증가능한 "중간범위 이론"을 창출한 후 그것을
실현시켜나가는 것이다.

일선직원들은 시장 기술 경쟁에 관한 최신정보에 접함으로써 암묵지와
형식지 모두를 일상적으로 축적 창조 경신한다.

중간관리자는 팀리더로서 전략적 거시정보와 직접 입수한 거시정보, 즉
보편적 정보와 특수한 정보를 통합할 수 있는 전략적 지위에 있다.

그들은 최고경영자의 구상을 충족시킬 이념과 비즈니스 최전선 현실의
중간자 역할을 한다.

그들은 지식창조기업에서 지식변환을 촉진하는 지식 엔지니어이다.

지금까지 서술한 5개의 촉진요건을 정비, 요건간 조정을 수행하는 것이
최고경영진의 중요한 역할이다.

조직적 지식창조 과정에는 그것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압축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대면접촉과 공동체험에 의해 개인의 암묵지가 공유되는 장으로서의
집단이다.

지식변환과 촉진요건이 역동적으로 종합되는 것은 이같은 장을 기반으로
행해진다.

조직원의 신뢰가 가장 잘 형성되기 쉬운 곳도 이같은 장이다.

신뢰는 지식교환을 촉진하는 요건이다.

공통체험에 의해 암묵지를 공유하는 공동화가 신뢰를 형성시키는 측면도
있다.

이 신뢰와 공동화를 증폭시키는 것이야말로 조직적 지식창조 과정에
불가결한 것이다.

또 조직 전체에서 신뢰가 배가됨으로써 조직내 조정비용과 거래비용은
대폭 절약된다.

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주체적 자기혁신이 촉진된다.

< 정리=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