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일 <고려대부속병원장>

불과 몇해전만해도 "의료행위도 서비스다"라는 말은 고매한 인술에 대한
불경한 이야기였고 의료의 질을 이야기할때 누구도 화려한 실내장식이나
아름답고 친절한 안내원,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의사를 떠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몇년사이 세상은 너무도 변해 의료계에 불어닥친 의료개방, 기업형
경영마인드 도입바람 등은 "의료도 경영이다" "병원경영, 서비스로 승부
한다" 등의 구호를 거부감없고 자연스럽게 회자시키고 있다.

병원을 찾는 이용객들은 더이상 약자가 아니라 당당한 서비스주체의
권리로서 다양한 요구를 제시하고 있으며 병원은 이에 부응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우리병원도 예외는 아니어서 병원장으로서 이러한 이용객의 요구사항을
수렴해내기 위한 숱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병원의 현위치를 진단하고
이용객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해냈다.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병원의 현위치를 진단했고 은행식 순번대기표,
화장실 개보수, 내부도색, 첨단의료장비 도입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이런 시설투자및 장비확충외에 친절교육 서비스운동전개 등에도 힘쓰고
있다.

병원에 장기입원해있는 환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료함과 외로움
이라는 것에 착안, 마음의 상처까지 달래보려는 생각에서 시원한 지난
5월봄날 야외무대에서 클래식음악회와 야외영화 시사회를 가졌다.

갑갑해하던 입원환자와 보호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얼마전에는 경북 봉화군으로 무의촌진료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모든 노력의 단한가지 화두는 "서비스개선을 통한 의료의 질 향상"
이었다.

병원서비스향상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여러 위원회를 활성화, 새로운
의료환경에 대비한 실천대안을 마련했다.

전직원이 팀워크를 바탕으로 저마다 "의료질 향상요원"이 돼 각자의
현장에서 환자중심의 친절서비스, 새로운 서비스창출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 결과 병원을 이용하는 분들로부터 "허, 거참!"하는 반가움과 더 나은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다고 자평한다.

오늘날 이러한 서비스개선을 위한 성장의 고통이 의료계의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되거나 순수한 의료행위의 질적성숙을 외면한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