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외국인의 불법취업을 막기 위한 대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그 접근방법이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어 하나같이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것들 뿐이다.

지난 19일 입법예고된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만 봐도 그렇다.

내년부터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한 업주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 이 개정안의 골자다.

물론 외국인의 체류기간 상한을 없애는 등 세계화시대를 의식한
전향적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교수 유학생 상사주재원 등 산업인력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외국인들에게만 해당돼 불법취업 문제와는 무관한 조치라고 할수
있다.

이 개정안은 우리 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외국인 불법취업 문제에
대해 고작 "고용주 엄벌"로 해결하겠다니 참으로 "법무부 다운"
발상이라고나 해야할 듯싶다.

오늘날 우리 산업계, 특히 중소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은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할 경우 징역형량을 1년에서 3년으로, 벌금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린다 하여 풀릴 일이 아니다.

최근 각종 조사결과가 보여주듯이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자금난을 앞질러
경영의 최대 애로요인이 되고 있다.

노동부 집계로는 현재 중소 제조업체의 노동력부족만도 20만명에 이른다.

산업인력 부족으로 우리 경제가 연간 18조~19조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경총의 연구보고도 있다.

우선 신뢰할 만한 산업인력 공급계획부터 내놓고 나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다고 국민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판에 인력이 모자라
생산 라인을 못돌리는 사업주에게 "처벌 강화"운운은 할 소리가 못된다.

외국인 불법체류자 수가 최근들어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의
심각한 인력난에 근본원인이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국내의 외국인 취업자 수는
모두 16만7,563명으로 열달 사이에 68%가 증가했으며 이중 59.8%인
10만148명이 불법체류자로 분류되었다.

불법체류자 역시 불과 열달만에 62.8%나 급증했다.

특히 전체 산업기술연수생의 32.7%인 1만6,637명이 직장을 이탈해
불법체류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 하반기에 3만명의 연수생이 새로 입국할 예정이어서 연말께는 외국인
취업자가 20만명을 넘어서게 돼 불법체류자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핵심을 꿰뚫지 못한채 겉돌고 있다.

노동부 통상산업부 법무부 재정경제원 중소기협중앙회 등 관련부처와
단체들은 많지만 제각각 따로 노는 인상이 짙다.

때문에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수가 없다.

외국인 불법취업 문제는 산업인력난, 업종간 임금격차, 근로의욕 저하,
행정의 효율성문제 등과 함께라야 풀릴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지금처럼 산업연수생들이 어디에 몇명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행정체제에서는 고용주처벌을 강화하거나 임금의 절반을
의무적으로 은행적금에 들게 하는 따위의 대증요법적 강제조치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