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세계 최대 PC업체 컴팩 컴퓨터에 커다란 시련기였다.

승승장구하던 컴팩이 심각한 판매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컴팩의 최고경영자(CEO) 에카드 파이퍼는 1.4분기 영업실적이 예상치에
못미칠 전망이란 발표를 하지 않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발표가 있자 당일 주식시장에서는 컴팩의 주가가 18%나 급락했다.

파이퍼는 실망할 시간도 없이 곧장 판매회복 전략에 착수했다.

딜러들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부여하는 한편 20%의 가격인하를 선포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2.4분기 동안 매출은 42% 늘어났으며 주가도 회복됐다.

그러나 이 전략은 대증요법에 불과했다.

마진에서 떼낸 돈을 매출쪽에 덧붙여 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기간동안 마진율은 20.3%로 4%포인트나 줄었다.

컴팩 사상 최저 마진율이었다.

실상 지난 2년여동안 컴팩은 속은 텅빈 채 덩치 부풀리기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매출과 출하는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갔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풀기위해 컴팩이 택한 해법은 "윈-윈"전략.

수익성과 성장중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라 두 싸움에서 모두
이긴다는 목표다.

이런 목표달성을 위한 전술 역시 "윈-윈"방식.

PC뿐아니라 서버, 메인프레임 등 중대형 컴퓨터, 인터넷관련 사업 등
컴퓨터 관련 부문에서 모두 "톱"을휩쓸면서 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야심이다.

우선 성장률 목표는 연평균 25%로 세웠다.

이런 속도로 달려 현재 연간매출 148억달러 규모를 오는 2000년에는
4,000억달러로 불려 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IBM, 후지쓰에 이어 컴퓨터업계 3위의 공룡으로 성장한다.

다음은 수익성 끌어올리기 작전.

컴팩은 총자산수익률(ROA : 총 자산에 대한 순이익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산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주어진 총 자산을 수익창출활동에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게 ROA.

따라서 ROA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장, 재고, 간접비 등 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한다.

예를들어 가정용 PC의 경우 현재 30억달러인 자산을 줄이는데 성공하면
컴팩은 2%의 초슬림 마진으로도 20%의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아웃소싱"과 "타업체와의 제휴"가 양지렛대로 동원됐다.

공장설비나 재고등을 줄이려면 업무를 떼내 외부기업에 위탁(아웃소싱)
하거나 다른 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는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컴팩은 오는 99년까지 모든 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수익률을 달성할
계획이다.

PC분야의 게이트웨이(21%), 네트워킹업계의 3 Com(18%),
워크스테이션업계의 선마이크로시스템(14%).

모두가 컴팩의 정복대상이다.

고성장과 고수익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달초 파이퍼회장은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을 발표했다.

주력사업인 데스크톱, 렙톱, 가정용 PC과 함께 9개의 새로운 사업부문을
만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인터넷관련 제품및 서비스, 사업용
시스템,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등이 신주력사업이다.

매출 1억달러 규모의 신규사업 네트워킹분야도 "수습"딱지를 떼고
완전한 사업부문으로 독립시켰다.

올연말이 되면 컴팩은 유아용 컴퓨터에서 전세계 금융네트워크를 돌릴
수 있는 메인프레임급 서버까지 컴퓨터관련 상품 대부분을 생산하게 된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컴팩의 "윈-윈"전략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끊임없는 가격인하 압력과 격화되고 있는 시장쟁탈전에 수요증가율
둔화까지 겹친 악조건속에서 "전승"의 전적을 올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런 컴퓨터 업계 최대 악천후를 극복하고 컴팩의 "윈-윈"전략이
성공할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