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동국대 교수 / 경영학>

노사협의회법이 독립적으로 제정된지 이제 16년이 지났다.

노사협의회는 현재 전국 1만4,461개 사업장에 구성돼 설치율이 99.6%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노사협의회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대기업을 예로 들기란
쉽지 않다.

노사협의회법은 5공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노동운동을 제약하려던 정부의
의도가 강하게 작용해 제정됐다.

그 결과 지난 87년 한국노총은 노사협의회법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노사협의회가 법적으로 강제돼 있지 않다.

그렇지만 협력적 노사관계의 성공사례는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에서 많다.

노사협력이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서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사협의회를 비롯한 경영참가에 대해 우리 근로자들의 관심은 어떠한가.

최근의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여전히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관심이
제일 높고 경영참가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낮다.

다만 최근에는 노동계가 경영참가에 대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도다.

최근의 환경변화는 노사관계를 구성하는 기업 및 노조와 근로자, 그리고
정부 나아가서는 국민 모두에게 노사관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신노사관계구상 아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관계의 개혁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확보를 이유로 근로자의 삶의
질은 뒤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60~70년대 우리는 경제성장을 위해 삶의 질을 뒤로 한 채 기업의
입장을 우선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력과 삶의 질이 함께 나아가는 방안을 찾아내야
할 시점이다.

노사협의회가 법적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것은 법을 개정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법이 법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그 제반여건이 마련돼야한다.

특히 노사협의회에 대한 노사의 태도가 소극적인 현상황에서 그 태도의
변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는 사업장과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차별화된 방안을 추진해야한다.

기업별 교섭체제하의 노동조합은 노사협의회와 그 기능이 중복된다.

이 경우엔 당연히 노동조합에 우선권이 부여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지 않은 사업장에선 그 나름대로 노사협의회의
기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협의회는 이슈에 따라 기업의 정보제공기능과 노사간 협의 및
합의기능이 있다.

그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제공이 신뢰성을 가진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방안을 한 예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무한경쟁을 이겨 나가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경영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경영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인적자원이다.

하지만 현재 각 기업의 경영혁신노력은 일방적이다.

기업의 입장만을 반영한 경영혁신이 과연 조직이 보유한 인적자원의 힘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지는 재고해 볼 문제다.

노사의 협력은 그 분위기가 먼저 이루어지고 협력의 불가피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할 것이다.

협동의 문화는 사실 우리 문화에 그 뿌리가 있다.

법만 개정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빨리빨리"로 굳어진 우리의
문화가 이제는 바뀌어야할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