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업계는 한국이 세계적인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이 약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발학계는 정부가 신발전문연구소등을 설립해 디자인 소재개발등을 적극
지원해 줘야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산학계는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신발업계는 또 특수소재개발이나 디자인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갖춰야만
신발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정부가 체계적으로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발산업이 결코 사양산업이 되게 방치하진 않겠다며
업체들이 글로벌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업계의 신제품개발과 고기능성소재개발등에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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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신발산업은 우리경제발전의 초기단계부터 수출
전선의 선두에 서서 수출산업의 교두보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80년대말부터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혹자들은 신발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말하지만 신발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신발을 신지않는 인간생활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점점 까다러워지고 고급화되어가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오늘 이자리는 신발산업의 경쟁력확보를 위해 생산 무역 기술 학계와 정부
가 다같이 지혜를 모으고자 마련됐습니다.

<>윤은중 보은무역사장=해외시장에서의 한국신발제품의 경쟁력은 가격
품질 납기에서 비롯됐습니다.

과거 2,3년동안 한국제품의 경쟁력은 어느나라보다도 우수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동향을 보면 과연 한국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일부 인도네시아 중국제품이 오히려 한국제품의 품질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신발의 기초가 되는 자재 소재등이 기술의 80%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를 한국이나 대만에서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한국산의 품질이 뛰어나다고 세계시장에서 고집할 수 없는 상황
입니다.

그럼에도 해외바이어들이 아직도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제품을 개발할수
있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서입니다.

<>남상달 리복한국지사장=한국산 중국산 대만산이라고 신발에는 표시가
되지 않습니다.

바이어입장서 보면 품질 납기 개발면등에서 한국은 우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장비제조면등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리복같은 경우도 개발센터를 국내에서 철수를 했다가 최근 재설립했습니다.

바이어입장에서 보면 과거 신발업체에 근무한 경력을 가진 신발기술자
관리자등이 적지 않아 인적 경쟁력이 탁월합니다.

한국근로자들의 열의도 인도네사이 테국근로자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생산하고 개발은 한국에서 그리고 신발제조가격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자재 장비제조등을 한국에서 하면 해외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즉 머리는 국내에 두고 손발을 해외에 두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장관=다음은 범위를 좁혀 우리 신발산업의 기술수준이나 디자인수준등
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박상욱 한국신발피혁연수소장=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미국등 선진국에
비해 생산기술은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재나 디자인개발능력에서는 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신발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재개발과 디자인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또 소재산업의 발전을 위해 소재산업을 업종별로 묶어 컨소시엄을 형성,
그룹별로 특화를 시켜 나가야 합니다.

<>박장관=신소재개발이 가장 뒤떨어져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 분야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는 기업이나 연구소가 있습니까.

<>박상욱 한국신발피혁연구소장=기업체별로 조금씩 살아남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곳은 통상부산하 한국신발피혁
연구소가 유일합니다.

<>최명식 경희대산업디자인과교수=한국신발이 과거에는 세계최고의 품질로
인정을 받았으나 디자인개발과 홍보에 소홀하면서 미국의 나이키 리복
등으로부터 시장경쟁력을 잃게 돼었습니다.

미국이 최대기업으로 급성장한데는 막강한 디자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백명의 전문디자이너들이 새로운 디자인 컨섭, 즉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신발을 신는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입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첫째 경영인들이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소비자기호에 맞추기 위해 제품을 고급화 다양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소량다품종 생산방식을 채택, 좋은 제품보다는 잘 팔리는 제품
디자인에 주력해야 합니다.

셋째, 다른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기능성에 한국형 패션성을 가미하여
소비자를 리드할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넷째, 제조회사 유통회사 디자인컨설팅회사가 공동으로 자체브랜드를
가져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신발전문디자이너를 육성하는 신발디자인연구소, 디자이너의
해외연수, 디자인공모전등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유헌수 생산기술연구원=기업이 OEM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다보면 디자인
개발은 물론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디자인을 자체 개발해야만이 소재개발과 공정개발등에 대한 수요가 생기게
됩니다.

생산형태도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모든 부품이 전문적으로 생산 조달되어 실제 조립은 한사람이 담당하는
이탈리아식 생산방식으로 나아가야 됩니다.

<>박장관=다음은 신발생산을 직접담당하는 분들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신발제품의 경쟁력을 한차원 높이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각각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듣고 싶습니다.

<>이홍근 코오롱본부장=우리 신발산업은 생산부문중심에서 마켓팅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산업의 구조조정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볼때 글로벌마켓팅을 수행하고 있는 신발업체로는 나이키
리복등 2곳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별로 전문화 특화되어 있는 브랜드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역별로 니치마켓을 공략해 나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또 신발에 기능성과 패션성을 가미하면 시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육성이 시급합니다.

리복 아디다스 필라등의 브랜드가 각나라의 문화를 세계에 전달하고 있듯이
한국문화를 전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브랜드개발이 필요합니다.

<>김병춘 세원회장=70년대중반까지는 독일의 아디다스와 같은 제조업체들이
자사브랜드로 시장을 주도해 왔습니다.

그후부터는 나이키 리복 필라등 순수판매회사가 시장판도를 주도하게
되면서 제조회사는 위축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판매와 제조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제조와 판매는 분리시켜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가격경쟁이 되지 않아 국내제조는 이제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에비애 OEM방식은 얼마든지 채산성이 있습니다.

OEM은 국가경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은 버려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재벌이 나서야 합니다.

OEM방식으로 제조하는 업체는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경쟁력확보의
지름길인 것입니다.

생산기술은 이미 한국이 최고수준을 보유하고 있어 승산이 있습니다.

정부는 미진한 특수소재분야의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됩니다.

<>김휘아 주물산사장=우리회사는 축구화를 "KIKA"라는 자체브랜드로
내수는 물론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수출은 5년전부터 시작했으며 올해 1백50만달러가량을 수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자체브랜드를 고수해 왔습니다.

특수기능화는 자체브랜드가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입이다.

우리 신발산업이 오늘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80년대부터 싹터
왔다고 봅니다.

업체들이 그당시 수출의 호황시대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품질경쟁
대신 제살깎아먹기식 가격경쟁에만 치중한 것이 주원인이었습니다.

저희회사도 그당시 대기업의 가격덤핑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품질이 우수하니까 바이어들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우리제품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품질이 우수하면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주는 것입니다.

잘만 만들면 리복 나이키등과도 경쟁을 해볼만합니다.

<>박상욱 한국신발피혁연구소장=연구소에서 본격적인 연구활동을 시작한
것은 89년부터였습니다.

그동안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전문연구인력이 부족한
점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연구를 이어받을 인원이 부족해 신발연구의 대가 끊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박장관=통산부와 재경원에서는 신발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담당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변양호 재정경재원산업경제과장=신발산업은 제조업체, 판매유통업체,
그리고 생산과 소재개발등을 병행하는 업체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단순한 제조업으로서의 신발산업은 전망이 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격경쟁력이 되지 않습니다.

생산과 소재개발등을 병행하는 중간적인 영역은 앞으로 개척할 여지가
많습니다.

또 나이키 리복같은 유통회사를 키워나가는 것이 신발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조업위주의 사고에서 판매유통위주의 사고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정덕 부산대경제학과교수=21세기에 신발산업이 전망이 있다고 판단되면
살아남을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신발제조기술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가
신발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해 다같이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박장관=각산업마다 첨단분야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단순히 신는 기능에서 입는 기능으로 바뀌고 있는 신발산업의 흐름을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이 바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입니다.

통상부에서는 값싼 제품은 해외에서, 고가품은 국내에서 만드는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강력히 지원해 나갈 방침입니다.

기업에서도 끊임없이 개발에 힘써 주시고 노사가 경쟁력향상에 적극 나서
주길 바랍니다.

정부과 민간이 한몸이 되고 기업에서는 노사가 하나가 될때 새로운 경쟁력
이 나올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