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시욕과 모방심리로 과소비가 심하며 특히 청소년들은
절약정신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일부터 사흘간 한국개발연구원(KDI)부설 국민경제교육연구소가
전국의 20세이상 성인남녀 1천4백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소비
의식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이다.

<> 과소비풍조 =전반적 소비풍조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46.2%의
응답자가 "과소비 풍조가 심하다", 46.9%가 "다소간 과소비풍조가 있다"고
지적해 전국민의 93.1%가 우리사회에 과소비가 만연해 있다며 우려를 표시
했다.

건전한 편이라는 견해는 6.9%에 불과했다.

과소비풍조의 주요인으로는 "부유층의 과시적 소비"(25.1%)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타인들의 소비행태를 뒤쫓는 모방심리"(24.5%), "판촉활동 광고
등에 의한 과도한 소비자극"(23.2%)등이 지적됐다.

이에따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합리적이고 분수에 맞는
소비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을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에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하고
비관적인 사고방식도 7.8%나 됐다.

연령별로는 고연령층일수록 "부유층의 과시적 소비"를 지적한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저연령층으로 갈수록 "타인의 소비행태를 뒤쫓는 모방
심리" 때문이라는 비율이 높았다.

<> 가계지출구조 =최근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이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
가계지출 가운데 가장 큰 지출항목으로는 응답자의 29.7%가 "교육비"를
지적했다.

또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류구입및 식생활(외식비포함)"
(24.3%), "여행및 유흥비"(17.0%), "가구및 차량등 내구재소비" 등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의류구입및 식생활, 여행및 유흥비가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는 각각 32.4%, 25.1%로 높게 조사됐다.

반면 40대의 경우는 각각 17.3%, 10.7%로 낮아 세대간 지출구조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원낭비 =낭비가 가장 심한 자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49.4%가
"음식물"이라고 응답했으며 "석유가스"(18.5%) "물"(17.5%) "전기"(14.5%)
등의 순으로 지적됐다.

<> 유명상표 선호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품의 실용성보다는 유명상표에
집착하는 정도가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집착정도가 매우 심하다"(54.3%)거나 "심한 편"
(41.3%)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청소년들의 유명상표 집착정도는 더욱 심한 것으로 지적됐다.

요즘 우리 청소년들이 유명상표에 집착하는 정도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심하다"거나 "심한 편"이라는 대답이 97%에 달했다.

심하지 않다는 반응은 3.0%에 불과, 청소년들의 소비의식에 상당한 문제점
이 있다는 견해를 압도적으로 나타냈다.

이와함께 우리 청소년들이 "자기 물건을 아낄 줄 모른다"는 의견도 93.4%를
차지, 청소년들의 절약정신에 우려를 보였다.

"아껴쓰는 편"이라는 응답은 6.6%에 불과했다.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전혀 아낄 줄을 모른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 해외여행 행태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여행 행태에 관한 조사에서는
"건전하지 못한 편"(61.1%)이거나 "아주 불건전하다"(14.7%)는 등 부정적인
평가가 전체 응답자의 75.8%를 차지했다.

해외여행을 "건전하게 즐기고 있다"는 견해는 18%에 불과했다.

<> 환경과 소비 =상품구입이나 소비할때에 환경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여
실천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선 응답자의 37.0%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면 "생각은 있으나 실천하지 못한다"거나(48.7%)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14.3%)는 응답이 높은 비율을 차지, 아직 우리의 소비문화가 환경친화적
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 관혼상제 비용 =가계지출구조조사에서 관혼상제비용이 10.5%로 나타나
이 비용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관혼상제비에 대해 응답자의 82.5%가 "미풍양속이지만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 "악습이므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응답도 10.4%에 이르러 부정적
인 견해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므로 경제적인 잣대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는
의견은 7.1%에 불과했다.

<> 가계부 작성여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6.2%가 "늘 한다"고
응답한 반면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0.3%나 됐다.

"가끔 작성한다"는 응답은 33.4%였다.

한편 가계소득이 1백만원미만의 가구에서는 20.8%만이 가계부를 충실히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짜임새있는 가계운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출에 대한 태도 =자기가 번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적으로 개인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는 17.1%에 불과했다.

반면 응답자의 82.9%가 "과도한 지출은 자제돼야 한다"고 응답해 비록
자기가 번 돈이라 할지라도 흥청망청 자기 멋대로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개인의 의사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 독립성과 자기책임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개인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는 견해는 20대가 26.2%로 높은 반면 30대
16.7%, 40대 10.6%, 50대는 11.9%로 나이가 많을수록 낮았다.

<박영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