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적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바다의 빛갈은 흔히 푸르르거나 검푸르다고 표현된다.
남부프랑스의 지중해 연안을 "쪽빛 해안"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것일 것이다.
반면에 세계 곳곳의 바다 명칭에는 갖가지 색깔이 나온다.
중국 대륙의 흙탕물이 흘러들어 주황색이 된 황해, 푸르름이 지나쳐
검게 보이는 흑해, 적색 플랑크톤이 바닥에 깔려 붉은 빛깔을 띈 홍해,
바닥의 자색 플랑크톤이 바다 색깔을 번져놓은 캘리포니아만 (일명 자해),
항상 하얀 잔거품이 일어 희게 보여 백해라는 이론이 부텨진 키프로스
연안 등이다.
문제는 원래의 바다색갈이 갑짜기 적색계통으로 바뀌는 이변이
일어나는데 있다.
이른바 적조다.
적조는 바다에 강한 햇볕이 내려 쪼여 표면층의 기온이 올라가는
경우와 무풍생태가 계속되어 바닷물의 혼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또 폭우나 장마로 육지의 담수가 흘러 들어 영양염이 늘어난 경우에
플랑크톤이 급격히 증가하여 나타난다.
그때 어패류는 플랑크톤에 아가미가 막히거나 프랑크톤 시체의 분해시에
바다속의 산소가 과도하게 소모되어 호흡교란으로 폐사한다.
한반도의 동해안과 남해안에도 오랜 옛날부터 적조가 나타났었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 선덕왕 8년에 동해물이 붉어져 고기와 자라떼가 폐사했다는 첫
기록 이래도 수십건에 이르른다.
당시엔 적조를 자연의 재해가 아니라 하늘의 응징인 천재라고 생각했다.
왕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조인들을 풀어주고 상에 오르는 반찬 가지수를
줄이는가하면 어떤 잘못이 없는가를 살피는 겸허한 자세를 취했을 정도다.
그때의 적조는 일조량과 수풍상태, 담수 유입 등이 가져올 단순한
자연현상이었기에 그 폐해가 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적조도 산업화와 더불어 인재의 소산으로 표변되고 말았다.
20세기에 들어 70년대말 마산만에서 첫 적조가 발생한 이후 80년부터는
진해만에서 해마다 나타나고 84년부터는 울산 온산 충무 인천 등의
해안에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전남 완도에서 경남 울산에 이르는 남해안 전역과 동해안
일부지역에 적조가 퍼져 양식어패류가 몰살되었다.
올해에도 벌써 통영 앞바다에 적조가 나타나 지난해의 악몽을 되살려
주고 있다.
마구 버려진 생활하수와 산업폐수가 장마때 대륙의 담수에 실려 바다로
유입되어 적조를 가속화시킨 주원인이라는게 주지의 사실인데도 당국은
지난해 동안 무책으로 일관해 왔다.
옛위정자들의 겸허한 자세라도 본받았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4일자).
남부프랑스의 지중해 연안을 "쪽빛 해안"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것일 것이다.
반면에 세계 곳곳의 바다 명칭에는 갖가지 색깔이 나온다.
중국 대륙의 흙탕물이 흘러들어 주황색이 된 황해, 푸르름이 지나쳐
검게 보이는 흑해, 적색 플랑크톤이 바닥에 깔려 붉은 빛깔을 띈 홍해,
바닥의 자색 플랑크톤이 바다 색깔을 번져놓은 캘리포니아만 (일명 자해),
항상 하얀 잔거품이 일어 희게 보여 백해라는 이론이 부텨진 키프로스
연안 등이다.
문제는 원래의 바다색갈이 갑짜기 적색계통으로 바뀌는 이변이
일어나는데 있다.
이른바 적조다.
적조는 바다에 강한 햇볕이 내려 쪼여 표면층의 기온이 올라가는
경우와 무풍생태가 계속되어 바닷물의 혼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또 폭우나 장마로 육지의 담수가 흘러 들어 영양염이 늘어난 경우에
플랑크톤이 급격히 증가하여 나타난다.
그때 어패류는 플랑크톤에 아가미가 막히거나 프랑크톤 시체의 분해시에
바다속의 산소가 과도하게 소모되어 호흡교란으로 폐사한다.
한반도의 동해안과 남해안에도 오랜 옛날부터 적조가 나타났었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 선덕왕 8년에 동해물이 붉어져 고기와 자라떼가 폐사했다는 첫
기록 이래도 수십건에 이르른다.
당시엔 적조를 자연의 재해가 아니라 하늘의 응징인 천재라고 생각했다.
왕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조인들을 풀어주고 상에 오르는 반찬 가지수를
줄이는가하면 어떤 잘못이 없는가를 살피는 겸허한 자세를 취했을 정도다.
그때의 적조는 일조량과 수풍상태, 담수 유입 등이 가져올 단순한
자연현상이었기에 그 폐해가 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적조도 산업화와 더불어 인재의 소산으로 표변되고 말았다.
20세기에 들어 70년대말 마산만에서 첫 적조가 발생한 이후 80년부터는
진해만에서 해마다 나타나고 84년부터는 울산 온산 충무 인천 등의
해안에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전남 완도에서 경남 울산에 이르는 남해안 전역과 동해안
일부지역에 적조가 퍼져 양식어패류가 몰살되었다.
올해에도 벌써 통영 앞바다에 적조가 나타나 지난해의 악몽을 되살려
주고 있다.
마구 버려진 생활하수와 산업폐수가 장마때 대륙의 담수에 실려 바다로
유입되어 적조를 가속화시킨 주원인이라는게 주지의 사실인데도 당국은
지난해 동안 무책으로 일관해 왔다.
옛위정자들의 겸허한 자세라도 본받았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