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를 시작하면서 선거직 지방공직자의 정당공천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된 바 있고 결국은 기초자치단체의 의원을 제외한 모든 선거직이
정당공천제 아래 선출돼 1년의 세월이 지났다.

원래 행정공무원들은 정치적 중립을 원했고 직업공무원으로서 신분이
보장되므로 단체장이나 의원이 정당인들로 선출돼도 흔들림 없는
업무집행, 그리고 능률과 사기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1년간의 지방자치 운영 결과 당초 예상보다는 많은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구청장선거당시 후보에 따라 공무원들이 패가
갈리고 선거가 끝난 후 승자를 지지했던 공무원과 패자를 지지했던 공무원간
갈등과 반목, 그리고 신임구청장과 가까운 간부및 직원들과 그렇지 못한
공무원간의 이질감같은 것이 보이지 않게 작용해 직원들의 사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직장의 화목과 단결은 능률의 원천이며 합리적 인사관리와 자유로운
분위기는 창의성의 근원이 된다.

세계는 국경의 울타리를 헐고 능률과 창의, 첨단기술과 정보화의
경쟁속에 21세기의 부국과 국민복지를 위해 쉴새 없이 뛰고 있다.

합리적 사고가 소외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 어려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풀뿌리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주민서비스의 질을 높여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들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복지를 극대화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지방공무원의 사기가 저하되고 방관자적 입장에서 소극적이고 피동적으로
생각하는 냉소적 지방공무원의 숫자가 늘어난다면 이는 지방행정의 중대한
시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에 우리주변에서 활기와 열성이 사라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지방행정 여건의 전환기에 우리 직업공무원들이 새로운
각오와 적극적 참여로 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선거직
단체장과 정치권도 직업공무원들의 사기가 국가발전의 초석임을
깊이 인식해서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대해주길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