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50년전 프랑스의 다게르 (1789~1851)가 사진을 발명하자
미술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사진기는 어떤 뛰어난 미술가보다 대상을 훌륭하게 재현해냄으로써
사진 발명이전에 그림이 가지고 있었던 커다란 역할 (자연의 재현)
하나를 빼앗게 된다.
이에 "회화는 끝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회화는 오히려 더욱
활기를 띠었다.
사진 발명이후에 인상주의를 비롯한 야수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입체주의 다다주의 추상표현주의 신표현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양한
미술사조들이 계속적으로 생겨났다.
결국 미술은 사진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제각기 활로를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회화의 측면에서 보면 사진은 움직이는 대상을 고정시켜 눈으로 보지
못하는 세부의 원경까지 포착함으로써 그림 소재 자체를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한 사진의 이미지들이 주는 독특한 미감을 이용한 여러가지 회화
기법들이 생겨났다.
카메라를 직접 이용하지 않는 인화기법에 해당하는 포토그램, 여러
사진의 이미지를 화면에다 결합하는 포토 몽타주와 콜라주 등이 그
대표적인 기법이다.
미술사를 보면 사진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팝아트와하이퍼리얼리즘 그리고 프랑스의 신구상주의
회화들이다.
이런 사조들은 사진의 조형 어법을 활용할뿐 아니라 그뒤에 깔려 있는
전제들, 즉 무수히 복제할 수 있다는 사진의 특성과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대중적인 속성, 그리고 일반적인 시각 이미지의 환경변화 등을
함께 언급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순수하게 기록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예술사진"은
회화적 전통에 크게 의존해왔다.
초기에는 흑백사진위에 채색하여 회화의 풍부함을 흉내내려 했고 좀더
나중에는 사진의 이미지를 콜라주하거나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모방함으로써 사진의 재현적 기능을 애써 뿌리치려 했다.
한편 회화적 특성을 사진에 도입하려는 노력에 반대하면서 사진의
장점에 주목하여 회화가 주지 못하는 시각적 기쁨을 불러 일이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트레이트 사진인데 이것은 어떤 회화적 가미나
변형없이 사진을 그대로 찍어냄으로써 사진 본래의 능력으로 미술에
정면 대결하려는 자세에서 나온 것이다.
사진 작으로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로는 신디 셔면,
토머스 루프, 제프 윌, 베른트와 힐라 베커, 토머스 슈트르트 등이 있다.
독일의 경제전문지 "캐피털"이 선정한 세계 12위 미술가인 신디 셔면은
분장한 자신의 모습을 독특한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는데 그의 중간 크기
작품은 1만5,00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구본창 김대수 등이 사진작업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박불똥 윤동천 조덕현 최정화 이불 등 젊은 미술가들이 사진을
이용한 회화나 사진과 다른 매체를 이용한 설치 미술을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 가나미술문화연구소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