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말의 과소비 .. 김형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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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발바닥과 웅담.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이 태국에서 즐겨 찾는 품목이다.
몸에 좋다면 개구리는 물론이고 굼벵이까지 찾는 사람들에게 싼값에
아무런 제약없이 곰발바닥과 웅담을 얻을 수 있는 태국이 사랑받는
여행지로 떠오른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돈 내고 몸보신한다는데 왠 잔소리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한국인의 이상한 식습관이 국가간의 문제로 등장하고 한국인
관광객의 입국 거부라는 지경에 까지 이르면 더이상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 국가가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금액인 외환관리법상 상한인
5천달러를 넘은 여행객 1만5천명을 수사대상에 올리는 등 검찰권행사에
나섰다.
여행객들이 즐겨찾은 품목이 문제가 아니라 범법행위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당국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그들의 과소비행태다.
일부 여행객들이 보여주고 있는 소비행태는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걸맞지 않는데다 최근의 어려워진 경제가 일부 계층의 과소비를
억제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정부당국의
의지가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곰발바닥과 웅담으로 대표되는 여행객의 과소비는 해당국의 항의와
정부당국의 검찰권사용으로 어느정도 잠잠해지겠지만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말의 과소비는 과연 어떤가.
여야의 당리당략이 어지럽게 얽혀 국회원구성자체부터 난항을 거듭했던
국회가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국회가 하루아침에 낡은 모습을 떨쳐버릴 것으로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부터 대정부질문 상임위활동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바뀐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렵게 열린 임시국회는 개원식 총리연설 3당대표연설로 1주일을 소비했다.
하루에 한시간여 정도만 열리면서 총리와 대표연설을 들어야만 했다.
뒤이어 열린 대정부질문도 구태를 답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의원들이 참신한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하루에 11명씩 등장해서
퍼부어대는 질문은 대부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정부질문인지 선거유세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내용도 물론 나왔다.
선량들께서는 몸싸움까지는 안나왔으니 체면유지는 한셈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시장바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욕설도 빠짐없이 등장했다.
정부측의 답변태도도 마찬가지다.
행정부처를 거의 비우다시피하고 각부처의 장, 차관, 국장 및 실무자들이
답변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의사당에 포진했지만 정작 답변은 거의
아무런 내용을 담고 있지 못했다.
질문수준이 그러하니 답변도 그럴 수밖에 없다면 할 말은 없다.
임시국회의 마지막 한주일을 써버리는 상임위활동도 말잔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대정부질문에서 한번씩 거론된 내용들이 다시 나오고 답변내용도
재탕이다.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설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아닌
질문은 약방의 감초고 잘하라는 충고의 말씀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은 정답이다.
선량들이 말잔치를 벌이고 있는 한편에서 민생은 뒷전이다.
해양자원의 개발 및 보전을 위해 국회의 심의의결이 시급한 해양수산부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개정안은 여야의 이해관계가 얽혀 아직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국회에 해양위원회를 설립하고 위원장을 차지해야한다는 야당의
입장과 그럴 수 없다는 여당이 맞서고 있는게 심의지연의 이유이다.
해양부설립의 필요성은 뒷전이고 자리를 차지하는 문제가 우선 관심사항인
것이다.
문민정부들어 처음으로 구성된 15대국회가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들이라는게
이 모양이다.
국회에서는 말이 많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해양부의 설립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조직의
적절한 인원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선량들은 이런 문제를 놓고 정부측
입안자들과 많은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적인 말이 많이 나올때라야 국회가 존재의 의의를 갖을 수
있다.
말의 과소비로만 일관한다면 국회무용론이라는 위험한 발상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이 태국에서 즐겨 찾는 품목이다.
몸에 좋다면 개구리는 물론이고 굼벵이까지 찾는 사람들에게 싼값에
아무런 제약없이 곰발바닥과 웅담을 얻을 수 있는 태국이 사랑받는
여행지로 떠오른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돈 내고 몸보신한다는데 왠 잔소리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한국인의 이상한 식습관이 국가간의 문제로 등장하고 한국인
관광객의 입국 거부라는 지경에 까지 이르면 더이상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 국가가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금액인 외환관리법상 상한인
5천달러를 넘은 여행객 1만5천명을 수사대상에 올리는 등 검찰권행사에
나섰다.
여행객들이 즐겨찾은 품목이 문제가 아니라 범법행위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당국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그들의 과소비행태다.
일부 여행객들이 보여주고 있는 소비행태는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걸맞지 않는데다 최근의 어려워진 경제가 일부 계층의 과소비를
억제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정부당국의
의지가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곰발바닥과 웅담으로 대표되는 여행객의 과소비는 해당국의 항의와
정부당국의 검찰권사용으로 어느정도 잠잠해지겠지만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말의 과소비는 과연 어떤가.
여야의 당리당략이 어지럽게 얽혀 국회원구성자체부터 난항을 거듭했던
국회가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국회가 하루아침에 낡은 모습을 떨쳐버릴 것으로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부터 대정부질문 상임위활동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바뀐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렵게 열린 임시국회는 개원식 총리연설 3당대표연설로 1주일을 소비했다.
하루에 한시간여 정도만 열리면서 총리와 대표연설을 들어야만 했다.
뒤이어 열린 대정부질문도 구태를 답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의원들이 참신한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하루에 11명씩 등장해서
퍼부어대는 질문은 대부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정부질문인지 선거유세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내용도 물론 나왔다.
선량들께서는 몸싸움까지는 안나왔으니 체면유지는 한셈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시장바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욕설도 빠짐없이 등장했다.
정부측의 답변태도도 마찬가지다.
행정부처를 거의 비우다시피하고 각부처의 장, 차관, 국장 및 실무자들이
답변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의사당에 포진했지만 정작 답변은 거의
아무런 내용을 담고 있지 못했다.
질문수준이 그러하니 답변도 그럴 수밖에 없다면 할 말은 없다.
임시국회의 마지막 한주일을 써버리는 상임위활동도 말잔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대정부질문에서 한번씩 거론된 내용들이 다시 나오고 답변내용도
재탕이다.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설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아닌
질문은 약방의 감초고 잘하라는 충고의 말씀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은 정답이다.
선량들이 말잔치를 벌이고 있는 한편에서 민생은 뒷전이다.
해양자원의 개발 및 보전을 위해 국회의 심의의결이 시급한 해양수산부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개정안은 여야의 이해관계가 얽혀 아직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국회에 해양위원회를 설립하고 위원장을 차지해야한다는 야당의
입장과 그럴 수 없다는 여당이 맞서고 있는게 심의지연의 이유이다.
해양부설립의 필요성은 뒷전이고 자리를 차지하는 문제가 우선 관심사항인
것이다.
문민정부들어 처음으로 구성된 15대국회가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들이라는게
이 모양이다.
국회에서는 말이 많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해양부의 설립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조직의
적절한 인원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선량들은 이런 문제를 놓고 정부측
입안자들과 많은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적인 말이 많이 나올때라야 국회가 존재의 의의를 갖을 수
있다.
말의 과소비로만 일관한다면 국회무용론이라는 위험한 발상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