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재경원의 '인사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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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일과를 끝낸 뒤 과천청사앞의 소주집을 찾는 재정경제원
직원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속이 끓는'' 직원들이 많다는 얘기다.
정책기조나 나웅배 부총리의 철학에 대한 이견 때문이 아니다.
경직된 "상명하복"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 관료조직에서 경제에
대한 시각차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경원직원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변화''를 바라는 이유는 인사문제
때문이다.
재경원의 차관과 3대요직인 예산 금융 세제실장이 모두 PK출신이라는
사실은 이제 더이상 신선한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지역적 편향인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다 이젠 학연까지 끼여들고 있다는게 불만의
핵심이다.
좀 좋은 자리에 가려면 PK나 현정권 실세그룹중 하나인 경복고 출신이어야
하고 그도저도 아니면 부총리의 고교후배쯤은 되어야 한다.
이달들어 실시된 국.과장 인사도 이같은 틀에 그대로 맞춰졌다.
경제정책에 대한 조정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직제까지 개편, 경제정책국을
보강했으나 결국 새로 생긴 노른자위 자리인 경제정책심의관과 정책조정
과장은 모두 경남고 출신들이 차지했다.
면면을 따지자면야 나무랄데가 없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필연''이
너무 눈에 띈다.
그런가하면 생각지도 않았던 인물이 서열을 깨뜨리며 올라앉고 전례에
없는 2단계 승진이 생겨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때도 역시 학교나 지역에 ''사연''이 있다.
인사가 이런 식이니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한창 일할 젊은 사무관들은 "과거엔 일을 열심히 하면 지위도 올라간다는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에 속을 끓이는건 당사자 뿐이었다.
한데 요즘엔 인사가 제3자들의 얘깃거리가 돼있다.
학연이나 지연이 인사에 개입한다면 누가 ''과천의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일을 하겠는가"고 반문한다.
화제가 ''경제''가 아닌 ''인사''로 채워지는 과천 소주집의 풍경은 요즘들어
더욱 일그러져만 가는 우리경제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 뒷만이 씁쓸하다.
< 육동인 경제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
직원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속이 끓는'' 직원들이 많다는 얘기다.
정책기조나 나웅배 부총리의 철학에 대한 이견 때문이 아니다.
경직된 "상명하복"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 관료조직에서 경제에
대한 시각차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경원직원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변화''를 바라는 이유는 인사문제
때문이다.
재경원의 차관과 3대요직인 예산 금융 세제실장이 모두 PK출신이라는
사실은 이제 더이상 신선한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지역적 편향인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다 이젠 학연까지 끼여들고 있다는게 불만의
핵심이다.
좀 좋은 자리에 가려면 PK나 현정권 실세그룹중 하나인 경복고 출신이어야
하고 그도저도 아니면 부총리의 고교후배쯤은 되어야 한다.
이달들어 실시된 국.과장 인사도 이같은 틀에 그대로 맞춰졌다.
경제정책에 대한 조정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직제까지 개편, 경제정책국을
보강했으나 결국 새로 생긴 노른자위 자리인 경제정책심의관과 정책조정
과장은 모두 경남고 출신들이 차지했다.
면면을 따지자면야 나무랄데가 없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필연''이
너무 눈에 띈다.
그런가하면 생각지도 않았던 인물이 서열을 깨뜨리며 올라앉고 전례에
없는 2단계 승진이 생겨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때도 역시 학교나 지역에 ''사연''이 있다.
인사가 이런 식이니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한창 일할 젊은 사무관들은 "과거엔 일을 열심히 하면 지위도 올라간다는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에 속을 끓이는건 당사자 뿐이었다.
한데 요즘엔 인사가 제3자들의 얘깃거리가 돼있다.
학연이나 지연이 인사에 개입한다면 누가 ''과천의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일을 하겠는가"고 반문한다.
화제가 ''경제''가 아닌 ''인사''로 채워지는 과천 소주집의 풍경은 요즘들어
더욱 일그러져만 가는 우리경제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 뒷만이 씁쓸하다.
< 육동인 경제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